[칼럽]공과 시(時)
[칼럽]공과 시(時)
  • 광양뉴스
  • 승인 2013.04.08 09:15
  • 호수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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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전남지역 노동상담소장
모가 나면 정을 맞고 강하면 부러진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이웃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가 나지 않고 유연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진리의 말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가리지 않고 남의 불행은 곧 나의행복으로 치부하는 리더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문제는 당사자들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는 점이다.

한때 동아시아에서 제일 잘살았던 필리핀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위정자 한사람을 잘못 선택한 결과 애매한 백성들의 삶만 피폐해지고 아직도 고단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 전 ‘저 출산’을 적극 옹호하는 허병도 저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20세기만 해도 대한민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산아제한을 장려하였지만, 21세기 들어와서는 과거의 정책이 잘못 되었다며 정부는 물론 모든 지자체들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하면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데 용감하게도 이에 반하는 내용의 글이라 흥미로웠다.

요지는 일자리보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정부는 일자리를 늘릴 테니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게 이치에 맞지 않으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산문제 및 일자리 나눔 같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인구가 현재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어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사람을 찾아 나서는 사회, 사람이 보다 귀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 출산이 이어진다면 희망은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허병도 저자의 글이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정책에 “아니오”라고 용기 있게 주장한 부분으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자 한다. 13년 전 우리는 새로운 밀레니엄시대를 원대한 꿈으로 맞이했다.

하지만 환상은 사라지고 고용 없는 성장의 한복판에서 젊은 청년들이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베이비부머세대의 주력산업인 제조업이 무너지고 공공, 정보산업, 서비스산업, IT산업으로 노동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동시장이 변해도 인간에 의한 노동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기초산업에 기반 하지 않은 산업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마침 광양은 기초산업의 기본 소재인 철강 산업밸트가 형성되어있다.

문제는 기초산업에 필요한 기능 인력이 문제다. 수많은 잠재적 인구(대졸청년실업자)가 있지만 이들은 기초산업의 직업군인 필요기능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10년 불황을 겪은 일본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조선산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불황기 기피했던 기초산업에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부터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목표를 또 다시 하향조정 했다. 새로운 정부가 출발하면서 각종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자리만한 복지는 없을 것이다.
거리에 넘쳐난 청년들은 편하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신기루만 찾아 헤매고 있다. 아버지는 정년연장을 자식들은 청년실업해결을 위해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중국사기 ‘회음후열전’에는 “공은 이루기는 어려우나 무너지기는 쉽고 때는 얻기는 어려우나 잃기는 쉽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상의 모든 일이 이루기도 어렵지만 잃어버리기는 더 쉽다는 말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을 더 많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비록 성공은 못해도 과정에서 경험을 얻고 누군가는 허송하여 시간을 보내버린 다음에 후회를 한다.

한편 “편작(중국 전국시대 명의)도 흰 뼈에 살을 붙일 수 없고”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무슨 일이든 사단이 일어나기 전에 대비하여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매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소용돌이에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공과 시(時)는 준비되어 있는 자만의 것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