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말고 ‘연수’ 다녀오시길
‘여행’ 말고 ‘연수’ 다녀오시길
  • 이혜선
  • 승인 2013.04.22 09:51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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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새로운 기수를 앞두고 마무리가 되어간다.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 오면 마음이 헤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난 16일 열린 제15기 3분기 정기회의는 ‘국민과 함께 통일준비 역량강화’라는 슬로건과 함께 통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북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북한의 도발로 어지러운 시국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임규오 회장의 말마따나 지금까지 열린 회의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회의 시간에다 임 회장이 지목한 몇몇 위원들의 발언만 들을 수 있었다.

이 또한 무척이나 형식적인 진행이었다. 으레 적인 모임이니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회의 도중 임규오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은 회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문제는 ‘통일기원제 및 자문위원 연수’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발생했다. 연수를 여행으로 칭하는가 하면 영덕대게도 먹고 회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다.

스스로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위상을 깎아내린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평통 협의회장으로서 말 한마디조차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발언은 거침없었다.

언제부터 ‘연수’가 ‘영덕대게’도 먹고 ‘회’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됐던가. 임규오 회장의 ‘여행’ 발언에 기가 찬 위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일정을 살펴보면 호국항쟁의 역사를 돌아보기 위한 탐방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탐방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연수라 함은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음’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므로 이 연수는 통일과 북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야하는 자리가 맞다.

하지만 이 단체를 이끌어 가는 회장이 ‘여행’이라 칭하는 바람에 그 의미는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은 낯 뜨거운 자리가 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꼭 2박 3일 동안 빽빽한 일정으로 연수를 다녀와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정말 통일과 대북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라면 포럼이나 세미나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이 아닌가. 자부담이 있다고는 하지만 1070만원의 시 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만큼 그에 걸맞게 연수다운 연수로 진행돼야 한다.

또한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임규오 회장은 말에 더욱더 신중하고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