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기피 부서가 생기지 않으려면…
공무원 기피 부서가 생기지 않으려면…
  • 이성훈
  • 승인 2013.05.27 10:05
  • 호수 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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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에서 설문조사를 발표한 결과 공무원들은 근무성적 평정 및 인사제도 운영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는 지난해에 비해 약 10% 낮게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제도가 상당부분 개선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직원들 절반 이상이 근평 및 인사제도에 신뢰하지 않고 있으므로 향후 인사제도 운영에 많은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부터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합당한 승진과 징계를 내릴 때 그 조직은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시스템이 좋고 정책을 잘 펼친들 인사정책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그 공은 빛을 보지 못한다.

최근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 사태를 봐도 그렇고 그동안 어느 정부든지 대통령 국정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인사 파동’이었다. 광양시만 살펴봐도 해마다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 많은 말이 나온다.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4명 중 1명을 승진시켜야 하는데 75%는 결과적으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만이 단순한 서운함 차원인지 부실한 인사 시스템에 따라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인지는 냉철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공무원들은 인사제도 개선 의견에 약 100여건을 제시했다. 이중 눈길 가는 대목은 “기피부서, 현장근무 부서 또는 기피업무 담당자를 우대해 달라”는 의견이다.

기피부서는 민원을 주로 맡는 대상을 말한다. 교통행정과나 민원지적과, 도로과, 주말마다 각종 체육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교육체육진흥과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부서들은 대부분 민원 처리에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업무량이 많아 공무원들에게 기피 대상 부서로 알려져 있다.

이왕이면 좋은 부서에서 각종 정책을 계획하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부서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적절한 승진 인사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똑같은 월급 받고 똑같이 일하면서 어느 부서는 승진을 독식하고 어느 부서는 기피하고 있는 것이 광양시의 현실이다.

실제 지난 2월 인사에서는 특정 부서에 승진 인사가 몰리는 바람에 공무원들은 부서 간 차별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총무과는 4급ㆍ5급 각각 1명, 6급 2명 등 총 4명이 승진해 노른자 부서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또한 사무관 승진 6명 가운데 여직원이 한 명도 없어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급했던 기피 부서들은 일을 잘해야 본전이다. 성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조그마한 민원이라도 생기면 그에 따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교통행정과 직원들은 최근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교통질서 정책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온갖 욕을 먹고 있다. 민원지적과 직원들은 매일 민원인들의 삿대질에 지쳐만 간다.

그 외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이렇기 때문에 기피 부서는 되도록 안가고 싶어 한다. 행여 이쪽으로 발령 받으면 ‘좌천’됐다고 푸념한다.

이런 기피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법은 역시 적절한 인사밖에 없다. 기피부서에서도 승진인사가 자주 나오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공무원들도 더욱더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이는 곧 시민 복지와도 직결된다. 이런 부서에서 승진인사가 자주 나와야 공무원들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좌천’이라는 말을 하지 않겠는가.

또한 이런 사례가 자주 나와야 공무원들도 이른바 노른자 부서로 가려고 그토록 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정기적인 순환인사를 단행해야 그곳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심정을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광양시는 오는 7월이면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승진 인사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은 지금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누가 승진할지 하마평도 무성히 나올 것이다.

이번 정기인사에는 각 부서에서 골고루 승진인사가 나와야 하겠지만 특히 기피하는 부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하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있다. 광양시가 그동안 덜 아픈 손가락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더 아픈 손가락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이성웅 시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서 직원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