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 토론없는 토론회
‘학교폭력대책’ 토론없는 토론회
  • 이혜선
  • 승인 2013.06.10 11:31
  • 호수 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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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학교폭력을 반드시 근절해야하는 4대악에 포함시키면서 그 어느 해보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에 열심이다. 광양도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있는데 그 노력의 하나로 해마다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관기관과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가 지난 4일, 청소년문화센터에서 개최됐다.

토론회는 교장, 학부모, 교사 등 수백여 명이 자리를 메울 만큼 큰 기대를 안고 진행됐다. 교육의 일선에서 학교폭력을 마주하게 되는 학생과 교사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담은 지능적으로 진화되어 가고 있는 학교폭력의 단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의견 수렴도 했다.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고 학교폭력의 책임을 무조건 교사들에게만 돌리는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의견, 인성교육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뿐이었다.

패널로 참석한 학생의 이야기는 시간관계상 교내 학교폭력에 대한 현실만 확인하고 그에 따른 학생들의 의견이나 요구 사항은 들을 수 없었다. 거기다 유관기관 대표로 참석한 패널들은 학교폭력에 대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을 나열할 뿐이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만난 한 중학교 교장은 “기대를 하고 왔지만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초등생과 중학생을 키우는 학부모는 “토론회를 통해 나오는 실질적인 대안을 듣기 위해 왔는데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홍보하는 것이 다였다”며 “2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남는 게 없다”고 성토했다.

짧은 시간이 제약이었을까. 이미 여러 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폭력 대책들은 그간의 홍보로 많은 사람들이 인지를 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 문제였더라면 홍보성 대책들은 유인물로 대체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시간을 더 늘려야하는 것이 옳다.

학교로 유관기관이 매번 찾아가 사실 확인을 하는 것도 어렵고 바쁜 학업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더욱 적다. 기왕에 마련된 자리라면 충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정하고 토론을 이끌어야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다음에 열릴 자리는 홍보성 대책 소개를 배제하고 의견수렴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환경 제고에 있어 학교 폭력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