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맡긴 예산 1% … 99%에 달하는 지역 변화 이끌어
주민에게 맡긴 예산 1% … 99%에 달하는 지역 변화 이끌어
  • 광양뉴스
  • 승인 2013.07.22 10:01
  • 호수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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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제 ‘끈끈한 민관 파트너십’이 열쇠

지난해 3월 열린 서대문구 국민참여예산제 공개 토론회

 

글 싣는 순서


5. 서울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 운영현황

1. 주민참여예산의 의미와 현황 …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현황
2. 우리나라 주민참여예산의  주요사례
3. 광주 북구 주민참여예산 12년
4. 서울 은평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6. 수원시 주민참여예산 사례
7. 울산 북구 주민참여예산 현황
8.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정착화를 위한 과제 

 

서울특별서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 주민참여 예산제는 다른 지자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관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로 전국 자치구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일반회계 예산 2481억원 가운데 1%에 해당하는 24억여원을 주민에게 맡겼다. 주민들로 구성된 참여예산위원회는 각 동네에서 희망하는 사업들을 대상으로 타당성을 검토,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12억5000만원만 편성했다.

서대문구 한해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비나 직원 급여 등 경직성경비를 제외하고 구청장이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 150억원의 8.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대문구 역시 문석진 구청장의 주민참여 예산에 대한 강한 의지로 다른 지역의 모범사례로 꼽힐 정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문석진 구청장은 단 한가지의 공약사업도 밀어 넣지 않고 주민들 손에 온전히 맡겼다.

주민들이 참여예산과 관련 모임이 있으면 꼭 참석해 주민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내줘 주민들이 많이 힘을 얻었다. 결국 단체장이 주민참여예산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대문구 사례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끈끈한 민관 파트너십으로 성공 거둬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제의 특징은 끈끈한 민관 파트너십에 있다.

서대문구는 시행 첫해인 2011년도에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의 조례 제정 △지역강사 양성과정 전국 최초 도입 △주민들과 서로 신뢰감을 쌓게 해준 숨은 공신인 ‘뒷풀이’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민관이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대문구 홍제동별 회의


서대문구는 2012년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주민과 공무원들이 서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갔다. 그 결과 민관합동 공개토론회, 민관소통과정, 동별회의 민관합동기획, 분야별회의 시범운영 등 차별화되는 민관합동 프로그램을 기획ㆍ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다.

서대문구는 민관이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민관합동 공개토론회를 통해 운영계획도 주민과 함께 수립했다. 그동안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계획하던 운영계획을 주민과 구의회, 공무원, 외부단체가 함께 모여 지난 운영과정에 대해 평가하고 그 내용을 반영해서 운영계획이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2012년도에는 공개토론회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더더욱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무원만 따로 하는 교육 대신 민관 소통 과정을 운영한 것도 특징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참여하는 주민뿐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무원도 신바람이 나야 한다.

 서대문구는 이에 몇 배로 증가하는 업무량으로 다소 불만스러워질 수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기존 이론 위주의 교육보다는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주민과 한자리에 모여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민관이 서로 친숙해짐과 동시에 사업진행이 보다 원활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동별 회의 날짜와 형식 등 참여예산 기획까지도 민관합동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동별 회의는 개최일자와 프로그램 운영방식을 주민과 해당 동 주민센터 공무원이 함께 모여 기획을 하도록 했다. 동별 회의는 일과 후 한자리에 모여 회의날짜, 회의방식, 진행자, 강사를 함께 정하는 자리로, 민관 파트너십이 돋보였던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이 원하는 사업 발굴


서대문구는 2011년 운영결과를 토대로 지난해에는 좀 더 주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장애인 분야별회의, 교육 분야별회의, 여성 분야별회의를 시범적으로 도입, 운영했다.

분야별 회의에서 제안된 정책사업이 최종 우선순위를 통과 해 최종 편성안에 반영됐으며 훨씬 심화된 사업 콘텐츠에 주민들의 기대와 만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대문구의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서대문구는 지난 2011년 행정안전부와 서울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1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효율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참여예산 한마당


서대문구는 이 대회에서 ‘우리 동네 살림살이, 직접 참여하세요!’라는 사례로 예산운영 주민참여분야의 최우수사례로 선정돼 포상금 1억원을 받았다. 서대문구가 총리상을 수상한 데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주효했다.

기존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중인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일부 주민만을 예산결정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에 반해 서대문구는 동별지역회의 참여인원과 자격을 제한하지 않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관내 마을축제 때마다 참여예산 홍보 부스도 만들어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서대문구가 좀 더 좋게 변화한다는 한결같은 믿음으로 주민과 구청, 담당자가 함께 노력한 것이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당시 “참여예산제의 성패는 결국 주민참여에 달렸다”며 “1%의 시작이 99%의 변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많은 주민들이 함께 해주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 시도


서대문구는 기본 예산과정과 함께 다른 지자체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지역 강사양성과정을 운영, 주민 스스로가 이웃을 위한 참여예산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강사양성과정을 마친 주민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발적으로 모임을 여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강의안과 주민 교육과정 원고를 만들어 동별 순회강연을 열었다.

동별로는 지역회의를 열었다. 해당 지역에 살거나 근무하는 주민들이 실제 동네에 필요한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참여 인원과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지역회의에서 결정한 사업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한 번 더 걸렀다. 주민들은 공개된 예산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자연스럽게 공공예산 감시자 역할을 했다. 한정된 예산을 자기 동네에만 고집하는 임피(IMFY)현상도 우려와는 달리 없었다고 한다.

선정된 사업도 대부분 주민생활과 밀접한 내용이었다.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구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성숙된 주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주민에게 맡긴 예산은 1%에 불과하지만 99%에 달하는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참여행정 근간이 마련된 셈이다.

 

인터뷰 |  김선희 서대문구청 정책기획담당관 예산팀 주무관

“꾸준한 민관소통이 주민참여예산 성공 밑거름”

서대문구청에서 주민참여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김선희 주무관은 “서대문구는 앞으로 주민참여예산사업 집행과정까지도 실질적인 민관소통이 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올해는 사업제안자, 동별ㆍ분야별 회의 참석자, 주민참여예산위원, 사업부서 담당자가 보다 더 소통을 하면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관리카드 작성단계에서부터 사업부서 담당자가 주민참여예산위원을 통해 제안자 등 제안사업과 관련되는 주민들에게 사업집행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찾아가는 예산설명회 확대를 통해 파고드는 홍보와 사업수렴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 주민이 주도가 돼 진행됐던 찾아가는 예산설명회는 최종 여성분야별 회의에서 가장 진화된 방식으로 운영됐다.

설명회로 시작했지만 분야별 회의 진행을 통해 단순한 설명방식을 탈피해 원하는 곳에 찾아가서 사업에 대한 원탁토의를 진행, 숙려된 내용의 사업을 제안받는 방식으로 발전된 것이다.

김 주무관은 “올해는 보다 확대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살아있는 주민참여예산제 홍보의 장을 넘어서서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현장까지 찾아가서 숙려해서 찾아낼 수 있는 서대문구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자발성이 한계에 부딪히지 않도록 동력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무보수로, 심지어는 재능기부에 자비를 들여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에는 각자 일터에서 일하고 일과 후 모여서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각자 일자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뒤늦게 시작한 공부 때문에 일시적으로 활동을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희 주무관은 “모든 주민들이 시간을 내서 상황에 맞게 활동을 하면서 자발성이 한계에 부딪히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동력을 고민하고 제공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  동력이  단순히 수당이나 예산지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고 강조했다.

김 주무관은 “첫해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학교 수료자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생겨난 서대문주민 참여예산모임은 3년차인 올해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마쳤다”면서 “한걸음씩 민관이 함께 걸어왔기에 앞으로도 서로 지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