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이 무엇이길래!
꿈과 희망이 무엇이길래!
  • 광양뉴스
  • 승인 2013.08.02 21:51
  • 호수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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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어느 덧 학교는 1학기를 마감하고 정리하면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작년도 모 신문에 뉴욕할렘에 자리 잡은 7년전 세운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스쿨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 학교 학생의 80%가 흑인, 나머지 20%는 히스패닉이다. 아이들은 열 명 중 8명이 가난한 편부모 밑에서 자랐다.

이 학교는 지역적으로는 맨해튼의 유일한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8개 사립대) 컬럼비아대학이 코 닿을 곳에 있었지만 졸업생 가운데 거기 가본 적 있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학이란 단어조차 아이들에겐 생소했다니 그 학교의 교육성과를 추측 할만도 하다.

환경만 따지고 보면 모두 낙오자가 됐어야 할 아이들이다.그런데 이 데모크라시 프렙이 지난 뉴욕주 공립학교 중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니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거기에다 컬럼비아뿐 아니라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는 물론이고 연세대 깃발까지 빼곡히 달려 있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우리나라 고3에 해당하는 이 학교 예비 12학년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은 더 이상 꿈같은 동화가 아니라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던 한 교장의 한국식 교육 실험으로 할렘의 기적을 일궈낸 고등학교 성공 사례이다. 학교 담장은 두 길 높이 철책으로 둘러싸여 안에선 희망이 자랄 수 있었지만 밖에 대해선 절망뿐이었던 학교였다. 진저리 난 가난, 오금이 저려오는 폭력, 이곳에서 탈출하게 해줄 유일한 동아줄이 바로 학교요 성적이었다는 것이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 경험을 살려 이 할렘의 아이들에게 가르친 건 한국어, 봉산 탈춤·태권도를 가르쳤다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국내 학교 교장 수준을 뛰어 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그는 단순히 이런 교육만 한 게 아니라 ‘나도 대학이란 곳에 갈 수도 있겠다는 꿈, ‘대학 가면 이 지긋지긋한 절망의 덫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일단 아이들 가슴 속에 꿈과 희망이 뿌리를 내리자 기적의 나무는 서서히 자랐다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풍요한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은 그런 절실함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피눈물을 쏟으며 벗어나고 싶은 가난도, 생각만 해도 눈물 나게 하는 고향의 가난한 부모님도 이젠 과거의 추억담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꿈은 대학 가서나 꾸고 ‘닥치고 수능 성적부터 올리라’는 멘트가 교실 허공을 둥둥 떠다니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 아닐까.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하나의 꽃이다.  어떤 꽃은 봄에 피고 어떤 꽃은 여름에 피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꾸게 해 주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학교성적은 아무렇게나 받아도 된다고 이야기 하지 말자. 아이들은 모두가 좋은 점수 받는 학생을 부러워 한다. 다만 자신이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할 뿐이다.

세상 모든 조직은 아무나 데려다 일 시키려 하지 않는다. 진정한 실력만 있다면 취업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일자리는 주어질 것이다. 이 할렘의 아이들에겐 내로라하는 강남 학원도, 족집게 과외 선생님도, 엄마의 치맛바람도 없었다.

다만 아이들 가슴 속에 학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꿈과 희망이란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워 나간 노력이 있었다. 이처럼 아이들은 기적을 만든다.

물론 이같은 성과를 이루기까지는 물 주고 가꾸는 노력이 쉽지 않았으리라. 아직도 우리가 교육에 대한 방향 설정에 혼돈을 하고 열정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 사이 상당수의 아이들은 오늘도 학교가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는 곳이 되고 있어 떠나는 것은 아닌가(?) 가슴에 되새겨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