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정
책 읽는 가정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4.19 10:59
  • 호수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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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대화를 앗아가는 TV와 컴퓨터를 안방으로 물리고, 가족이 모이는 거실에 서가를 갖춰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거실문화, 나아가 책 읽는 사회를 통해 지식강국을 만들자는 취지로 중앙 모 일간지에서 연말까지 ‘거실을 서재로’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고, 서로 책을 바꿔 읽으면 서재가 작은 도서실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대화가 늘고 자녀들이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되어 분위기도 좋아진다는 취지에서다. 이 같은 가정의 독서 운동은 ‘책 읽는 사회, 학습하는 국민’ 만들기와 일치한다.
 현대 문명은 우리의 생활에서 독서의 기회를 점점 빼앗아 가고 있다. 그래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우리의 정신은 갈수록 빈곤해 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창조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도 상상력과 창조력,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은 독서에 있다.

 대학입학전형에서 해마다 비중을 높이는 논술시험만 해도 그렇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논리, 즉 생각의 힘이 강해야 한다. 대학입학전형에서 논술을 강화하는 이유는 논술을 통해 논리력, 사고력, 판단력, 비판력, 추리력, 분석력 같은 고등정신기능을 평가할 수 도구로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논술 열풍이 불고 있다. 수험생이 있는 각 가정마다 논술 시험을 잘 치르고자 비상한 관심 속에 여기저기에서 논술 공부에 매달린다. 유명강사의 강의를 듣기도 하고, 논술학원에서 많은 사교육비를 부담하며 논술공부를 하곤 한다.

그러나 논술시험은 단기간에 유명강사의 철학강의(?)를 잘 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논술을 잘 하려면 우선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꾸준한 독서활동을 통해 참신한 생각과 논리로 글을 쓸 수 있는  쓸거리를 머릿속에 많이 축적시켜 놓아야 비록 서술이 서툴다 하더라도 알차고 참신한 내용의 글을 쓸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머릿속에 배경지식이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논술의 방법이나 요령을 가르치는 일은 큰 효과가 없다. 곧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면서 ‘생각의 힘’을 길러야 논술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힘’을 기르고, 나아가 자녀의 인격, 교양과 학식이 풍부한 지성인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우선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 부모가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의 모든 것을 은연중에  보고, 듣고, 배우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유태인 부모는 자식과 대화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한다. 대화를 통해 고등정신기능을 신장하고 ‘생각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부모들도 자기 자식을 훌륭한 자녀로 키우고자 한다면 거실에 호사스런 가구나 장식품을 구입하여 진열하는데 관심을 갖는 것 보다 틈틈이 책을 사 모아 가정을 독서 환경으로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요컨대, 가정의 도서실화, 부모의 본보기가 독서교육의 중요한 요소이다. 거실을 서재로 하여 자녀에게 독서환경을 만들어 주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 책 읽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가정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자녀의 인격과 학력이 높아지며, 나아가 우리나라가 지식강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4월 23일은 1995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영국에서는 이 날을 전후해 한 달간 부모들이 취침 전 자녀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 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 가정에서도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하여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는 새로운 거실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