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별 지역토론회, 길거리 주민투표로 주민참여 기회 확대
동별 지역토론회, 길거리 주민투표로 주민참여 기회 확대
  • 이성훈
  • 승인 2013.08.26 10:25
  • 호수 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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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참여예산 시행 9년, 시행착오 겪고 자리 잡아

글 싣는 순서 …

1. 주민참여예산의 의미와 현황 …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현황
2. 우리나라 주민참여예산의 주요사례
3. 광주 북구 주민참여예산 12년
4. 서울 은평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5. 서울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6. 수원시 주민참여예산 사례
7. 울산 북구 주민참여예산 현황
8.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정착화를 위한 과제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시작한 주민참여예산제는 2005년 지방재정법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 할 수 있는 조항이 만들어지고 또한 정부가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재정평가에서 가점을 부과하면서부터 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는 지자체들이 많이 늘어났다.

특히 2011년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참여를 강제규정으로 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이 개정돼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보장되는 조례보다는 형식적인 조례 제정에 거친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울산 북구(구청장 윤종오) 인구 18만여 명에 8개의 행정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자동차 관련 부품 공장들이 밀집한 공업지역과 과거 울산 울주군 지역이었던 농어촌지역으로 이뤄진 도시다. 북구는 주민참여예산제를 광주 북구와 울산 동구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실시한 지역이다.

재정 규모는 2012년 당초예산 기준으로 약 1692억 원 정도인데, 이중 일반회계는 1642억 원이고 특별회계는 50억 원이다. 일반회계 예산 중 지방세는 약 385억 원이고 세외수입은 약 209억 원이며 재정자립도는 36.2%이다.

북구는 2003년 9월 울산참여연대와 울산경실련이 울산시와 5개 구·군에 주민참여예산제의 시행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울산 동구가 먼저 호응해 2004년부터 시행했고 북구는 2005년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북구는 2004년 12월 조례 제정과 운영상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를 구성했으며 2005년 6월 운영조례를 제정했다.

북구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살펴보면 초기에 만들어진 모델이기 때문에 광주 북구나 울산 동구의 조례와 비슷하게 지역토론회와 시민위원회, 조정회의, 예산연구회가 구성되어 있고, 참여예산의 범위는 자체 사업예산 전체이다.

북구는 최근 수도권의 주민참여예산 모델을 참고로 지난해부터는 각 동별 소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6천만 원 범위 내에서 지역회의에서 자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민위원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리더모임을 20여명 정도 구성했다.

행정 중심에서 벗어나 리더모임을 중심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북구는 지난해 리더모임 참가자들이 동별 토론회 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주민참여예산제 교육을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동별 지역 토론회로 자발적 참여 이끌어

북구는 지난해 제4기 시민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총 78명의 시민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꾸준히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면서 제도적 안정성과 운영상 시행착오들은 평가와 환류를 통해 개선되어 왔다. 하지만 시민위원들의 역할이 지역사업 발굴 제안, 예산 우선순위 결정 등 의사수렴 통로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사업 제안사항이 단순히 건의로만 그친다는 등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울산 북구는 이에 지난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첫째, 동별 지역토론회를 통해 소규모 사업 결정권을 부여, 자발적 참여와 토론 문화를 확산하고 주민에게 성취감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 

동별 지역 토론회는 개방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역토론회는 현장방문을 포함해서 3회에 걸쳐 진행하는데 1차 토론회는 동장이 동별 현안사업 및 마을·아파트 토론회 때 건의 사항을 설명하고 이후 참석자들이 추가로 사업을 제안한다.

제안된 사업들에 대한 현장 방문 및 주민 선호도 조사(스티커 설문 조사) 일정 등을 협의하면 2차 토론회에서는 주민 선호도 조사 결과를 참고해서 참석 주민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지역 토론회에서는 소규모 지역사업에 대한 자체 결정과 구청에 제안할 사업에 대해 결정하고 있다. 소규모 현안 사업에 대해서는 동별로 6000만 원 범위 내에서 지역토론회 참석자들이 자체 결정하고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는 바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다. 그 외 지역토론회에서 제안된 사업들은 행정의 각 부서별로 취합되어 구청의 예산요구서에 반영된다.

1차 지역토론회에서 제안된 사업에 대해 구청은 예산 소요액과 기초지자체의 사업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여 동에 회신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현장방문이나 주민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다. 지역토론회 때 시민위원, 자치위원, 통장 등을 제외한 일반 주민의 참여정도는 동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없는 실정이다.

북구는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여론수렴을 위해 스티커 투표를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동별로 잘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잘 되지 못하는 곳의 경우 아예 실시하지 않은 동도 있으며, 잘 되는 동의 경우는 사전에 투표 장소를 공지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둘째로는 주민주도형 참여예산제 운영을 위해 전체 시민위원 중 자발적 참여자 21명을 리더로 선정, 리더 양성 교육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동별 지역토론회에서 참여예산을 홍보하는 강사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자발적 모임을 통해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방향 등을 모색하며 소통하고 있는 것이 울산 북구 참여예산제의 특징이다.

셋째, 다양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찾아가는 토론회 및 우편제안제도, 길거리 주민투표를 새롭게 실시해 동 지역토론회에 참여하기 힘든 일반 주민들도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북구 측은 “지난해 새로운 도약과 발전 원동력은 연구회원들의 활발한 활동, 단체장의 참여예산에 대한 강한 의지, 구의회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2012년 주민참여예산제로 장관상 수상 

울산 북구의 이런 노력은 정부 포상으로 빛을 발했다. 울산 북구청은 지난해 12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으로 정부표창을 받았다. 북구는 ‘2012년 예산 효율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예산운영의 주민참여 활성화’분야 정부표창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북구는 민선4기 시작과 함께 ‘행정중심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과 ‘관심과 참여만을 요구하는 주민참여예산’, ‘대동소이한 참여계층으로 주민 및 사업의 대표성 결여’ 등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사항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내용으로 △참여예산 리더모임 구성과 지역토론회 및 연구회 활성화 등 주민주도형 참여 예산제 △우편제안뿐 아니라 길거리 설문조사, 현장투표 등 의견수렴의 다양화 △지역주민에게 직접 사업결정권을 부여하는 상상&공감사업을 시행했다.

상상&공감사업은 지난해 36건 6억원에 이어 올해는 총 23건 5억원의 예산을 반영하는 등 주민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민참여시스템 구축을 위해 2011년 8월 주민참여과를 신설하는 한편, 올해 주민참여포인트제 운영, 주민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각종 아카데미 등 관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최유정 주무관은 “지난해 장관상 수상은 민선 4기 윤종오 구청장의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주민참여시스템 구축의 결과였다”며 “민관이 함께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해 솔선수범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북구는 집행부가 행사하던 예산편성권을 지역주민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목표 속에 현재는 참여예산이 어느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활동 과정을 통해 참여예산을 시도하는 공무원들과 참가하는 시민위원들간의 일정한 공감대 확산으로 초기 발생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다. 공무원의 고압적인 자세나 불성실한 자료 준비 등이 그것이다.

북구는 매해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평가 모임과 참여예산연구회를 통해 수시로 점검, 매년 한 단계식 진전된 안을 근거로 한 제도 운영이 실험되고 있다. 2011년 북구 지역회의 예산결정권 부여(6000만원)가 대표적이다.

또한 예산학교를 이수해야 시민위원 자격 부여, 50% 이하 참여자에 대한 자격 박탈 등 제도 시행 초기 설정했던 원칙들이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어 위원 참석률 등이 60% 이상을 넘는 적극적인 참여도 이뤄지고 있다.


시민위원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 등
과제도 남아 

울산북구는 그동안의 성과도 뚜렷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안성민 북구 주민참여예산 연구회장(울산대 교수)이 발표한 ‘북구참여예산제도 8년의 성과와 과제’에 따르면 우선 단체장의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참여예산시민위원회 구성의 변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인 홍보와 선전을 통해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에 대한 심의(전체 예산 중 약 10~15% 정도의 자체사업 예산)로 인해 북구의 살림살이에 대한 이해와 시민위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예산규모가 큰 사업에 대한 발굴이나 주민 또는 시민위원들의 욕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안성민 회장은 “시민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토론의 기회가 적어 북구 살림살이 전체에 대한 이해나 구청의 각종 정책 시행에 대한 시민위원들의 다양한 의견 개진의 장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이어 “제도 시행 8년차를 경과하며 당초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는 반문과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형식화된 운영, 신규 모집 인원의 적극적인 공개 모집, 시민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