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 광양뉴스
  • 승인 2013.09.09 09:19
  • 호수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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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광양YMCA 사무총장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우리집 애들은 반반씩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이다.

한 아이는 나가서 놀기를 좋아하고, 한 아이는 집에서 좀처럼 나가지를 않고, 어떤 아이는 책을 읽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떤 아이는 운동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부분의 부모가 집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두었다면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뛰어놀라고 이야기 할 것이고, 친구를 좋아해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친구들과 밖에서 어울리는 아이가 있다면 빨리 집에 들어오기를 바랄 것이다.

2012년 청소년통계를 보면 청소년들은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 수준을 원하며(85.8%), 대학이상 교육을 받고자 하는 주된 이유로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49.3%)라고 응답하였고, 청소년이 고민하는 문제로는 공부(32.9%), 직업(25.7%), 외모나 건강(16.9%)으로 나타났다.

또한 9월 7일 치루는 서울시 공무원 7, 9급 채용 경쟁률이 87.1대 1로 나타났고, 전산 9급의 경우에는 2명 모집에 1311명이 응시하여 65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였다.

많은 공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청소년들에게 삶의 목표가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이 될까 생각해 본다. 사람에게는 모두 다른 성격의 타입과 기질이 있다.

장미꽃은 장미꽃으로 백합꽃은 백합꽃으로 각기 다른 향기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모든 장미꽃은 백합꽃이 되도록 노력하고, 모든 백합꽃은 장미꽃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단 말인가? 사자보고 독수리가 되라고 강요하고, 독수리보고 사자되라고 강요하는 방식의 교육은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 사자는 사자로 살 때 행복하고, 독수리는 독수리로 살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

곧 수능시험일이 다가온다. 밤 늦은 시간 까지 환하게 밝혀져 있는 학교를 보고 있노라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저 많은 학생을 똑같은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교육정책에 화가 치밀기도 한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교육내용으로 똑같은 문제로 평가하여 내신이라는 등급으로 줄을 세워야만 하는 교육 현실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통계에 나왔듯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경쟁해야 하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직업이라는 기준을 누가 만들어 주었는가? 청소년들의 개성과 능력은 무시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 사회, 학교가 만들어 주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보수가 많지 않아도 자신의 적성에 맞고, 그 일을 통하여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 주어야 한다.

넓은 정원에 한 종류의 나무와 꽃과 새만 있다면 그 정원은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고, 청소년들이 지구촌이라는 정원에 각자의 개성대로 본래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