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불고기, 197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
광양불고기, 197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
  • 이성훈
  • 승인 2013.09.30 09:51
  • 호수 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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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일흥식당이 시초 … 읍에 광양불고기 특화거리 조성


광양불고기, 전국 명품 음식 되려면

1. 광양불고기 유래와 현황

2. 담양 떡갈비 전통과 마케팅 기법
3. 언양불고기의 경쟁력과  스토리텔링의 힘
4. 부산 자갈치 시장의 전국 명소화 비결
5.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6. 자장면의 원조, 인천 차이나타운
7. 광양불고기의 전국 명소화를 위한 과제


언론과 방송에서는 연일 전국 맛 집에 대한 소개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을 방영하는 이른바 ‘먹방’시대다.

고유의 향토 음식을 지역 축제로 승화시키는 지자체도 부지기수다. 여행이 보편화되고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들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지자체별로 향토 음식 알리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토 음식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 심어놓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광양에서는 전국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음식이 바로 광양불고기다. 언양불고기, 서울불고기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불고기로 꼽히는 광양불고기는 맛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년 전에는 KBS 1박2일 방송 이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여수엑스포, 순천정원박람회를 통해 더욱더 많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광양불고기 먹거리타운이 생겨 더욱더 광양불고기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광양불고기가 전국을 넘어 세계 속의 음식으로 자리 잡기에는 넘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먹거리타운은 식당만 있을 뿐이지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매년 광양숯불구이축제를 하고 있지만 그냥 먹고 마시는 축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있다. 
이에 광양불고기를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전국 유명 음식을 넘어 세계 속의 먹거리로 성장할 수 있는지 각 지역 유명 먹거리 타운과 음식 이야기를 취재해보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광양불고기의 유래

광양숯불구이는 쇠고기를 구리 석쇠에 놓아 참숯불에 구워먹는 재래식 고기구이이다. 시에 따르면 광양불고기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조선시대 조정에서 벼슬을 하던 한 선비가 그 당시 유배지였던 광양으로 귀양을 왔다

. 이 선비는 성 밖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쳐주었는데 아이를 가르쳐 준 것에 대한 보은으로 한 부부가 연한 암소를 잡아 참숯을 피우고 석쇠에 고기를 구워 접대했다고 한다.

이 선비는 세월이 흘러 귀양에서 풀려나 한양으로 돌아갔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해 한마디 했는데 “天下一味 馬老火炙(천하일미 마로화적ㆍ馬老: 광양의 옛 지명)”이라고 했다. 광양에서 먹었던 그 맛을 평생 그리워했다는 것이 광양불고기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

광양불고기의 유래는 시대가 정확하지 않지만 지금처럼 광양불고기가 대중화 된 것은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양불고기는 현재 광양읍 서천변에 있는 삼대불고기 식당이 원조로 알려지고 있다. 故 이소은 어르신이 1930년 ‘일흥식당’을 열면서 처음 선보인 것이 광양불고기의 시초다. 

당시에는 광양불고기라는 음식은 없었고 불고기를 숯불에 구워 고기 자체의 맛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의 광양 불고기를 메뉴화하고 대중화 시킨 것은 2대 부터인데 故 이영조 씨가 상호를 ‘광양 불고기 식당’으로 바꾸면서 광양불고기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영조 씨가 운영한 광양 불고기 식당은 1968년 11월 21일 문을 열었는데 당시 식당 자리는 현재 광양농협 중부지점 맞은편 건물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광양불고기는 1970년대 정부의 관광 사업화로 일본 관광객들에게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광양 불고기 식당은 이후 이형중 대표가 3대 째 사업을 이어 받으면서 다른 광양불고기집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삼대 광양 불고기집’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원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형중 대표는 “아버지께서 할머니로부터 가게를 이어 받고 광양불고기 메뉴를 선보인 후 대중식당, 영천식당, 시내식당 등 인근 식당에서도 광양불고기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참숯으로 구리석쇠에 구워먹는 별미

광양불고기의 특징은 참숯을 이용해 놋쇠화로에 구리석쇠를 올려 고기를 굽는다는 것이다. 광양불고기는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간장, 소금, 설탕, 참기름, 마늘 등을 섞은 양념에 고기를 버무린다. 고기는 샤브샤브처럼 얇게 썰어 그때그때 양념하는데 양념한 고기를 숯불 석쇠에 올리면 고기가 구워지면서 육질 사이로 고기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배어든다.

고기 양념은 각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구리석쇠에 고기를 구워먹는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광양불고기의 또 다른 특징은 불고기를 먹고 난후 먹는 광양불고기만의 특색있는 국물에도 있다. ‘빨간국’이라고 불리는 김치국에 남은 고기와 파절이 등 갖가지 남은 반찬을 국에 넣고 화로에 끓이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시원하고 독특한 ‘빨간국’을 먹을 수 있다. 이 빨간국을 먹기 위해 광양불고기를 찾는다는 고객도 있을 정도로 그 맛은 어느 음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뛰어난 맛을 가지고 있다.


2010년 광양불고기 특화거리 조성

광양시는 지난 2010년 음식문화개선 전남도 공모사업 기관으로 선정돼 광양읍 서천변 일대 음식점 44개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광양불고기 특화거리’를 조성해 왔다. 시는 2011년 1월 서천변 입구에 광양불고기 특화거리 조형물을 설치하고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시는 도비 등을 지원받아 위생찬기 등 업소위생용품 8종을 제작 지원했으며 광양불고기의 유래와 우수성을 외지인들에게 적극 알리기 위한 홍보 판넬을 제작해 불고기 취급 업소에 배부했다.

광양불고기 특화거리는 야간에 어두웠던 서천변 주변이 특화거리 조형물의 멋진 조명으로 인하여 밝고 분위기 있게 바뀌었다. 또한 특화거리 주변은 산책로, 공연, 음악분수 설치 등으로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이 조성돼있다.

현재 광양불고기 특화거리에 있는 광양불고기 식당으로는 행복한 한우, 대호불고기, 서천숯불고기, 전통갈비촌, 삼대불고기, 매실한우, 시내식당 등 7개 식당이다.

고기 특화거리 외에도 광양읍, 중마동의 여러 음식점들이 식당마다 고유의 양념을 개발해 광양불고기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인터뷰 | 이형중 광양삼대불고기집 대표

“광양불고기 고유의 맛 유지하는 것이 중요”

광양불고기 원조를 이어가고 있는 이형중 광양삼대불고기집 대표는 “광양불고기는 현재 전통 계승과 발전 사이에서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며 “전국적으로 더욱더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상인들은 물론 광양시와 머리를 맞대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광양불고기의 현재를 ‘과도기’로 보는 것은 우선 광양불고기의 특성에 있다. 전통적인 광양불고기를 현대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그대로 계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수요가 적었을 때는 수작업으로 고기를 썰고 양념을 가미했지만 갈수록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이를 지켜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형중 대표는 “현재로서는 옛것을 그대로 전통화시키기에는 어렵다”며 “수작업으로 광양불고기 맛을 재현한다는 것은 이벤트성으로 잠시 선보일 수 있겠지만 식당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광양불고기의 굽는 방식을 살펴보더라도 전통을 그대로 잇는 데는 무리가 있다. 광양불고기는 석쇠에 양념이 가미된 고기를 얹어 숯불로 굽는 훈제 직화구이 방식이다. 고기를 굽다보면 당연히 자욱한 연기를 날릴 수밖에 없다. 

이형중 대표는 “광양불고기 특징은 고기 양념뿐만 아니라 연기의 향도 배어 있어야 제대로 맛이 나는 법이다”고 강조했다. 연기가 스며든 전통적인 광양불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온 몸에 연기가 가득 배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요즘 식당들은 각 방마다 환풍기를 설치해 연기를 직접적으로 빼고 있다. 손님들이 옷에 연기와 고기 냄새를 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신식 환풍기 시설을 갖춰 연기를 제거하다 보니 고기 맛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연기가 고기에 배이면 육즙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촉촉한 식감이 전해진다”면서 “하지만 연기를 모두 제거하면 고기가 금방 마르고 맛도 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광양불고기 전통성은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그대로 재현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광양불고기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형중 대표는 “외국 손님들이 우리 식당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가서도 광양불고기를 먹어보면 고유한 향과 맛에 놀라 추가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종교 등의 이유로 소고기를 먹지 않는 국가를 제외하면 광양불고기는 외국인들에게도 꽤 매력 있는 음식이다”고 강조했다.

이형중 대표는 “광양불고기는 각 식당별로 고유한 양념을 토대로 숯불에 구워 우리 지역 고유의 맛으로 승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앞으로 전국적인 경쟁력을 더욱더 갖추고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 만들기, 광양불고기 특화거리의 차별화 전략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