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명과 암
한류의 명과 암
  • 광양뉴스
  • 승인 2013.10.28 09:37
  • 호수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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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서구식 옷을 입는 것을 본 외국인의 눈에 한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은 한국 문화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와이의 훌라훌라 쇼처럼 조금 이상한, 이국적인 쇼로 보인다.

정부와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복의 아름다움과 특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한국 사람들은 “일상에서 거의 입지 않는 옷이 한복 아니냐”고 50년 가까이 한국과 인연을 맺으며 한국학을 공부하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전 한양대 교수가 쓴 ‘민낯이 예쁜 코리안’ 책 속의 이야기다.

저자는 한옥, 한복, 밥, 김치, 마당, 정자 등 물질문화에서부터 선비정신, 유교와 불교, 무속, 한글은 물론 띠 문화, 결혼 한류 등 한국문화 다방면에 걸친 평소 생각을 한국인보다 더 속속들이 풀어놓았다.

나 역시 지상파를 통해서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한국말을 잘하고 우리가 잊어버리고 지낸 역사와 전통을 이방인의 입을 통하여 들을 때면 왠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그저 모든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합리화에 매몰되곤 한다. 혼례문화 역시 전통을 벗어 난지 오래다. 과거에는 가을 추수가 끝나고 찬바람이부는 계절이 전통혼례의 시즌(?)이었다.

누님이 시집을 같을 때 이불을 지고 가서 용돈을 받고 저녁에 돌아오는데 누님 혼자 남겨두고 오는 것이 조금은 슬펐던 기억이 나에게는 있다. 산업시대에는 봄, 가을 휴일 날이면 너도나도 도심 속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적이 있었다. 

지금은 봄, 가을 결혼시즌도 없어지고 휴일, 낮 시간도 좋지 않은 날이고,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부터 고객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목요일 밤이 딱 좋다고 한다. 조상을 기억하는 제사를 남에게 맡기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해야 하는 명절에 외국여행이 특수를 누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이란?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거지”라는 답이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 환경이 변하고, 필요 없는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조그만 동방의 변두리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화한류 바람몰이로 외화벌이를 톡톡히 하면서 국격을 높이고 있다.

반대로 지난 정부 들어 국민의 세금으로 이른바 영부인 프로젝트로 불렸던 한식세계화사업은 추진과정부터 온갖 의혹투성이더니 결국은 방만하게 운영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세계화란 슬로건에 맞지 않게 국내를 대상으로 한 사업비중이 50%가넘고 해마다 중복지원을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상당수 외주용역계약서는 기간과 금액이 수시로 변경됐으며, 예산 5분의 1이상이 잘못집행 됐고, 외주업체 선정특혜의혹까지…유럽, 미국 등의 가이드북 출판기념회에서는 1인당 소요비용이 474만원(파리), 449만원(런던)짜리 초호화판 파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국민의 세금을 물 쓰듯 했던 것이다.

저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한류의 원조는 6, 25전쟁 중에 불렀던 아리랑이 미군에 의해 알려진 것이 시초였으며, 이어서 예수의 소야곡, 전우야잘자라 등의 멜로디가 귀국한 다국적군에 의하여 흥얼거리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평가다. 어찌되었든 잘 나가는 한류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이 시점에서 베르너 사세 교수의 평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미 프랑스, 일본, 대만에서 한류의 역풍을 경험한바 있다. 잠시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아도 짧은 기간 우리의 것이 얼마나 많이 변했다는 것은 쉽사리 찾을 수가 있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대화, 국적불명의 외래어로 가득 찬 간판 등을 보면 한류도 좋지만 우리의 기본인 정책성의 확보가 우선 되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잡보장경 중 용왕게연품에는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라! 형편이 잘 풀릴 때를 근심하라!”는 말이 있으며, 다산 정약용 선생은“가득차면 반드시 망하고, 겸허하면 반드시 존경받는다. 스스로 높다고 여기면 남이 끌어내리고, 스스로 낮다고 여기면 남들이 끌어 올려 준다”고 가르치셨다. 자칫 한류가 지나친 민족주의, 국수주의로 여겨지면서 문화보호주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이제 우리는 내재된 지혜와 정신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한류가 아닌 일류를 추구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