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드셨으면 칭찬해주세요. 우리에겐 큰 힘이 됩니다
맛있게 드셨으면 칭찬해주세요. 우리에겐 큰 힘이 됩니다
  • 이성훈
  • 승인 2013.11.11 10:57
  • 호수 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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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들의 고충 “불가능한 요구 할 때면 정말 힘들어”

음식 장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손님들과 상대하다보면 다양한 해프닝을 겪는다.

반찬부터 시작해 메뉴 평가. 외상, 무리한 서비스 요구 등 다양하다. 하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 손님들과 일일이 맞대응 할 수도 없다. 서비스 업종으로서 ‘친절’과 ‘맛있는 음식’ 제공이 식당의 숙명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그들. 광양신문은 창간 14주년 특집으로 식당 관계자들로부터 그들의 고충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인 사람은 백운고 맞은편에 있는 한식당 해뜰날 강병주 주방장과 중동 부영 2차 아파트 앞 싱글벙글 복어집 이갑철 씨, 정다운 퓨전 소주방 주인인 정정윤 씨다. 이들 세 명은 최근 정다운 퓨전 소주방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상인들의 고충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싱글벙글 복어집은 약 8년간 운영했으며 정다운 소주방과 해뜰날은 가게를 연지 3년 정도 된다. 이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강병주=문을 연지 3년이나 됐는데 여전히 장사하는 것이 어렵다. 메뉴를 바꾸고 변화를 시도하는데서 오는 긴장감. 행여 손님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솔직히 힘든 적도 많다.

이갑철=허허.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들 그렇지. 그러고보니 장사하다보면 많은 에피소드 있지 않나.  

정정윤=일반 식당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우리처럼 술손님이 대부분인 경우는 정말 어마머마한 에피소드가 있다.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재밌기도 하고 화도 나고…인간사 축소판이다. 

이갑철=손님들 중 황당하기도 하고 웃겼던 요구는 냄비를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반찬을 더 달라거나 메뉴를 바꿔달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냄비 교체 요구에 어의가 없었다. 말이 안 된다 싶어서 바꿔줄 수 없다고 했다. 사용하는 냄비가 거의 같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우습기도 하고 별일 다 있구나 싶었다.

강병주=꼭 이런 손님이 있더라. 음식을 남김없이 먹으면서 뒷말하는 스타일. 다 먹고 나서 이 음식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음식은 이렇게 요리하고…음식 하나하나에 온갖 태클을 거는 손님들을 만날 때면 정말 곤욕스럽다. 

정정윤=얼마 전 전어구이와 회무침을 먹으러 온 손님이 있었는데 다 먹고 난 뒤에 전어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며 나가더라.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전어를 먹어봤는데 아무 냄새도 안 났다. 손님상을 치우려고 보니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었더라. 중간에 냄새가 난다고 하면 당연히 바꿔줬을 텐데 맛있게 먹고 나서 이런 말을 왜 하는지 참 의아했다.

이갑철=우리는 주로 점심 손님이 70~80% 차지한다. 술도 간단히 반주 정도만 할 뿐 대부분 해장하거나 단체손님이 오기 때문에 불평하는 손님은 많지 않다. 어쨌든 손님은 왕 아닌가. 손님들이 요구하면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들어주고 되도록 맛있게 먹고 갈수 있도록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정윤=음식에 불만이 있으면 중간에 얘기해야지 떠나면서 얘기하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참 서운한 점이 많다. ‘장사꾼 똥은 개도 안물어간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장사하는 사람들의 속은 새카맣게 탄다는 것이다. 쉬는 날 거의 없이 뼈 빠지게 일해도 임대료, 운영비, 인건비, 재료비…다 떼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것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비애 아닐까.

강병주=5명이 와서 2인분만 시킨 손님도 있었다. 그것까지는 손해 보는 셈 치고 서비스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요즘 경기도 어렵다보니 간혹 이런 경우도 있다. 그런데 메뉴에 없는 것을 해달라고 한다. 반찬도 끊임없이 요구할 때면 난감할 때가 참 많다.

정정윤=우리는 주로 술손님이 대부분이어서 새벽까지 장사하면 정말 별의별 손님들이 다 있다. 온갖 진상을 피우는 손님, 만취한 손님, 옆 테이블에 민폐 끼치는 손님…행여 싸움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경우도 많다.

강병주=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는지…

정정윤=그런다고 손님들과 싸울 수는 없지 않느냐. 웃으면서 달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서글서글 웃으면서 소주 한잔 권해주고 이리저리 이야기 들어주면 금방 풀어준다. 어차피 가게 오는 손님들이 스트레스 풀려고 오지 싸우려고 오는 손님들은 없다. 웃음이 최고의 방어제인 것 같다.

이갑철=맞다. 어찌됐든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그래도 가게를 믿고 이 집의 맛을 알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손님말에 무조건 고개 숙이고 떠받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손님들에게 친절을 베풀면 손해 볼 것은 없다.

강병주=손님들이 음식 맛있게 드시고 접시를 싹싹 비우면 주방장 입장에서 정말 힘이 난다. 여기저기에서 소문 듣고 찾아온 손님들에게는 정말 고맙기도 하고 더욱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입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우리 식당을 찾았던 분들이 다 소문내서 찾아온 것 아니겠느냐. 

정정윤=어느 직장,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기본적인 스트레스는 다 있다. 어떻게 보면 손님들이 우리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예방 주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속이 문드러지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병주=우리 식당은 퓨전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한다. 하지만 손님들의  입맛은 보수적인 것 같다.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 손님들 입맛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은데 참 조심스럽다.

이갑철=새로운 것을 좋아할 것 같지만 옷이나 음식 등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음식은 우선 편안해야 하고 ‘어딜 가면 무엇이 맛있다’라는 각인이 손님들에게 박혀 있어야 한다. 음식을 갑자기 확 바꿔버리면 손님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정정윤=우리는 상시 안주와 계절음식을 내놓는다. 손님들은 이 시기에는 어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안다. 이를 위해 계절마다 다양한 음식을 내놓는데 반응은 좋다. 하지만 계절 음식이더라도 손님들 입맛에 익숙한 것을 내놔야지 색다른 음식을 선보인다고 음식 스타일을 확 바꾸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강병주=여러 가지 요리를 손님들에게 선보이며 다양한 음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앞으로 더 연구하고 맛있는 소스도 개발해서 손님들에게 최상의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오늘 선배님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니 정말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면 좋겠다.

이갑철정정윤=차차 경험을 쌓으면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열심히 일해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자. 무엇보다 우리들도 건강해야 한다. 틈틈이 운동하고 적절히 스트레스를 풀어가자. 다음에도 한번 만나서 많은 얘기 나누자.             
                               정리=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