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주도한다
지역발전,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주도한다
  • 이성훈
  • 승인 2013.11.17 23:27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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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도심 재생사업의 상징 ‘인천 아트 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 창고ㆍ사옥 개조해 전시ㆍ공연장 조성
구도심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창작공간’으로

 

글 싣는 순서

1. 철공소와 문화가 공생하는 ‘서울 문래예술공장’
2. 구도심 재생사업의 상징 ‘인천 아트 플랫폼’
3. 보존에서 창조로 ‘일본 가나자와’
4. 예술의 섬으로 뒤바뀐 ‘나오시마’
5. 지자체 문화 경쟁력 대안은 무엇인가 



인천아트플랫폼은 개관 4년여 만에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국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천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했을 뿐만 아니라 인천이 한국의 근대 문화가 가장 먼저 꽃 핀 전초기 였음을 되새김질하게 해주는 상징적 공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이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오래된 일제강점기 건물을
예술공간으로

부산항 개항(1876년)보다 7년 늦은 1883년 두 번째로 개항한 인천항은 서울에서 가깝고 중국과도 인접해 근대문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했다. 국내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1903년)가 인천에 세워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이곳 부두에 창고와 무역ㆍ해운업체 사옥들이 속속 들어섰다. 현재의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 옛 부두지역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해방 이후 산업화 시기를 지나 탈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인천항 주변의 구도심이 쇠락해갔다. 사라질 것만 같았던 구도심은 그러나 21세기 들어 더욱더 활개를 띠고 있다. 문화의 힘으로 구도심의 몰락을 이겨낸 것이다. 인천은 흉물로 방치되던 옛 부두 창고와 100년 이상 된 건물들을 예술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공이 그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999년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레지던시(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머물면서 작업을 하거나 문화체험, 전시 등 활동을 하는 것) 개념조차 생소할 무렵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인천시에 옛 부두 개항장의 창고와 건물들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첫 반응은 거절이었다.

당시 행정을 설득한 주인공은 황순우 건축가였다. 그는 1999년 지역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받아 지구 단위 계획, 문화공간 건립 등 설계 이전부터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했다. 건물을 최대한 보존해 각각의 연륜으로 예술가들을 맞도록 신경 썼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0년 11월 인천시는 해안동 일대의 근대 건물과 산업유산 건물 밀집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지정했다.


인천시,
2003년 근대 건축물 복원 착수

이렇게 해서 싹이 트기 시작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가 2003년 근대 건축물 복원에 착수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된다. 1886년에 세워진 옛 일본우선회사 사옥을 비롯해 대한통운 창고ㆍ대진상사ㆍ삼우인쇄소 등 모두 13채의 붉은 벽돌 건물을 복원ㆍ리모델링ㆍ증축 등을 해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인천시는 이곳에 총 223억 원을 투입해 2009년 10월 총면적 5600㎡ 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ㆍ공연장ㆍ예술교육관을 마련했다.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20〜50㎡ 스튜디오·공방 20곳과 해외작가ㆍ큐레이터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9곳도 꾸몄다. 외벽을 유지한 채 내부 공간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거나 옛 벽돌 벽에 대비되는 유리 건물의 건축, 건물 간 동선 유도를 위한 브릿지 설치 등도 이뤄졌다.


10년 노력으로 복합예술공간 탄생

10년 장기 프로젝트 끝에 조성된 인천아트플랫폼은 미술ㆍ공연ㆍ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의 레지던시를 통해 창작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했다. 초창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생소하던 시절 인천시가 동아시아 문화허브도시를 주창하며 국내외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아트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창작 작업을 한다. 1년 내내 전시와 공연, 아트마켓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 입주한 국내외 작가들은 40여 명.

이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레지던시를 통한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다. 인천 시내는 물론이고 인근 도서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입주작가가 직접 강사를 맡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서, 예술의 창작 유통 향유 교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창조공간”이라며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스트리트 박물관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아트플랫폼&차이나타운

인천아트플랫폼 인근 해안동 일대는 개항 직후부터 자리를 잡은 차이나타운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 등이 있다. 아트플렛폼과 차이나타운 등을 연계한 관광벨트화 작업이 한창인데 두 문화공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트플랫폼 옆에는 한중문화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한국과 중국의 교류 역사와 문화 등을 전시물과 영상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문화전시관이 있다. 인천에서 가깝고 교류도 활발한 칭다오·항저우·다롄 등 중국 8개 도시의 역사와 특산품 등을 알려주는 우호도시홍보관, 중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 등도 갖추고 있다.

아트플렛폼에서 도로를 건너 자유공원 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차이나타운이 있다. 최초의 짜장면 탄생지로서,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소문난 ‘공화춘'(共和春)’을 비롯한 수십 곳의 대형 중국음식점이 관광객들을 이끈다.

이곳에는 인천 중구청이 65억 원을 들여 인천시 등록문화재인 건물을 변신시킨 ‘짜장면 박물관’도 있다. 이런 연계상품화의 노력 덕분에 이제 인천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차이나타운과 아트플랫폼을 필수 방문 코스로 거쳐 가고 있다. 연중 개최되는 아트마켓과 전시회 공연 등을 보기 위해 가까운 서울에서도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한 인천아트플랫폼이 인천의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명확한 목적의식으로 운영, 전문인력 확보 필수”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인천아트플렛폼이 개관 4년 만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된 것은 △명확한 목표 △전문가들에 의한 운영 △인천의 국제교류 상징으로 키우겠다는 행정적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인천아트플랫폼은 개관 15년 전부터 지자체와 문화예술인, 시민단체가 공간 활용 방안을 두고 논의를 했다”면서 “시민들 지지를 받지 못하는 공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잘 파악해 낼 줄 아는 전문인력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관장에 따르면 크고 작은 도시에서 수년간 많은 레지던시 문화공간이 등장했지만, 1년 이상 존속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전문인력 확보를 통한 경쟁력 높이기는 필수라는 주장이다.

이 관장은 특히 “인천아트플랫폼 같은 공간은 다른데도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매우 곤란하다”면서 “이 공간이 지역에 왜 필요하고 무엇을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목표와 임무가 운영 주체 내부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역이기주의와 연고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면서 “전문 인력들은 예술가 편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이 공간이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