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바르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바르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 광양뉴스
  • 승인 2013.12.23 09:08
  • 호수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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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일본 중부지역 기후현의 한 공립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히라가나로 쓰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 여교사는 “그럼 1학년과 똑같잖니. 왜 이름을 한자로 안 쓰니?”라고 아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남학생은 “이게 더 편해요”라고 답했다. 교실에는 그런 남자아이가 3명 있다고 한다. 3명 모두 성적은 보통이거나 그 이상인데도, 사회 시험 답안지에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를 한자로 쓰지 않고 그냥 히라가나로 ‘노부나가’라고만 쓴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아이가 많기 때문에, 교사는 아이들에게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생활 기록장에 기록하도록 지도하였다.

그러나, 예를 들면 ‘오늘은 초 최약이었어’ 이러한 문장들을 볼 때마다 머리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 한자로 쓰면 ‘超最惡’이다. 그 아이를 불러 ‘최약’이 아니라 ‘최악’이라고 읽는다고 가르쳐 주자 아이는 “에〜 그래요?”라고 처음 알았다는 듯이 천진스럽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요즘 아이들은 귀에 들리는 데로 말을 기억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일도 별로 없으니까, 의문도 가지지 않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가 틀렸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공립 고교에 근무하는 한 선생님은 학생들의 변화가 가속된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이다. ‘소비자 행정에 대해서 설명하라’ 지난해 10월 고교 1학년생에게 내준 현대 사회의 2학기 중간 시험문제이다. 실은 앞에 있는 문장 안에 정답이 그대로 있었다.

이것은 “아이들이 문장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하고 의도적으로 만든 문제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답율은 33%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문장을 제대로 읽는 것은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읽는 것이 귀찮아 진 것은 아닌지!

이 같은 현상은 일본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실상이 더 위험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들이 한글 받침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숫자 8도 동그라미 두개를 그리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전화번호를 쓰라고 하면 도저히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쓰는 경우도 간혹 있다. 지금까지 그 많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오면서도 그런 현상이 중학교에서 발견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 교육이 얼마나 거칠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사회는 휴대폰은 더 많이 보급되고 SNS가 확장되지만 진실된 소통은 고갈되어 있는 현실이다. 학생들의 소통 실태는 오직 자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과는 가능하지만 부모도 선생님도 거기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세상과 바르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이 책을 읽는다. 물론 책을 읽지 않아도 당장은 살아 갈 수 있다. 그래서 책이 싫은 사람에게는 무리하게 책을 권하지 않는다. 아이는 책이 읽고 싶어지면, 스스로 읽는다.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때 노력하고, 도움을 주면 된다.

오히려 아이의 책을 사는 부모와 읽는 아이와의 사이에서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아이가 어떤 내용의 책을 좋아하는지 부모는 알고 있는 것일까?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만을 사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하고 공상하고 자신의 시간으로 읽는 유일한 미디어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 어른들도 아이들도 바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행복한 흉내를 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안심하고 오직 책 속의 세계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어른도 책의 재미를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읽는 일부터 시작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세상과 바르게 소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