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키기 운동
시간 지키기 운동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5.17 11:06
  • 호수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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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매일 매일 약속을 하면서 산다. 사람의 일생은 약속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약속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일 수도 있고, 개인과 개인과의 약속일 수도 있고, 개인과 단체와의 약속일 수도 있으나 그 약속에는 대부분 시간이 포함된다. 약속의 주된 내용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 약속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 약속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어린이, 젊은이, 어른이 따로 없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할 것 없이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데도 벌칙이 없고, 도덕적 재제가 없다. 이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통념도 매우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과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에 맞춰 규칙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교실 수업외의 시간약속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은 편이다. 학생들이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같은 큰 행사를 할 때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실제 시간보다 약속 시간을 몇 분 더 빨리  알려 준다. 그래야만 의도하는 출발시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매 번 학생들을 속이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 안 지키기는 성인들의 공식적인 집회나 사적인 모임을 봐도 예외가 아니다. 집회의 경우 지금은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정시보다 늦게 시작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참여하는 대다수 사람도 문제지만 집회를 주최하는 사람이나 참석하는 내빈의 시간 관념도 문제이다. 사적인 모임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2.3십분 늦는 것을 예사로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면서도 사과를 하거나 미안함을 표시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일찍 참석한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고 봐주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많아지며, 후진국으로 갈수록 적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한 때 후진국이어서 그랬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 약속을 잘 안 지켜서 생겨 난 말이 ‘코리언 타임’이다. 얼마나 시간 약속을 안 지켰으면 이런 말이 유행했을 가를 생각하면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빨리 빨리’ 정신은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한 동력이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신이고 한국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의식의 일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인관계에서 2~3십 분씩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시간도 자본이다. 철학가 안병욱 교수는 “인생의 자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의 자본”이란 말을 했다. 그렇다면 시간 약속을 어기는 것은 곧 남의 자본을 빼앗는 것과 같은 것이므로 다른 사람 시간도 소중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시간 지키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각종 집회나 행사, 비공식적인 모임, 예컨대 계 모임 같은 데서도 약속 시간을 지키고, 정시에 시작하는 새로운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시간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 지키기 운동이 정착되려면 범사회적인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각 개인의 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시간 약속을 지키려는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시간 지키기의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한미은행장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한 구절을 소개한다.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하고는 동업하지 말거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코리언 타임’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문화선진국 국민이 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시간 지키기 운동을 실천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