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을 읽게 하는 ‘사자성어’
시대의 흐름을 읽게 하는 ‘사자성어’
  • 광양뉴스
  • 승인 2014.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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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지역 상담소장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을 평가하고 새해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을 마무리하는 사자성어로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택했다.

도행역시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과 인사가 고집되는 점을 우려하는 것인데 현 정부의 시대착오적 행보가 언제까지일지 걱정이다.

갑오년 새해를 소망하는 사자성어 1위는 ‘미망에서 돌아와 깨달음을 얻자’란 뜻을 가진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택하였으며, 2위는 ‘흐린 물을 씻어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한다’는 뜻의 ‘격탁양청’(激濁楊淸)을, 3위는 “백성과 함께 즐긴다”라는 내용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선택하였다.

정치, 경제, 일자리 무엇 하나 서민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가짜와 거짓이 횡횡했던 지난해 미망에서 깨어나 올해는 백성과 함께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해를 열어가자는 소망으로 보인다.

‘전미개오’란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불교의 용어라고 한다. 참고로 2012년을 마무리하는 사자성어는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이었다.

‘거세개탁’은 초나라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 실린 고사성어인데, 하루는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 그 꼴이 됐느냐”고 묻자 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는 일 잘하던 검찰총장과 실무팀장이 쫓겨나고, 그리고 소신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감으로 장관이 스스로 물러난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남아있는 자들은 모두가 취중에서 깨어나지 못 한채 하나같이 앵무새처럼 우리가 결정한 길이 옳은 길이니 백성들은 허튼짓 하지 말고 따라 와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함께 취해서 한통속이 되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의 최고통치자가 모든 권력의 근원이며 절대 불가침의 권력을 갖고 있는 전제주의가 아니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이 국민의 대리자로써 국민을 위하여 정치(임무)를 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 국민은 전제주의의 신민이 아닌 시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시민이라는 표현은 바로 민주시민을 일컫는 말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는 대권재민(大權在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또한 백성이 임금을 추대하지만 나라를 뒤엎기도 한다는 조선의 큰선비 남명 조식선생은 대군복국론(戴君覆國論)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멸망한다는 것을 경고했다.

중국 전국시대 인물로 유학파 학자인 순자(荀子)는 왕제(王制)편에서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고 하면서 임금이 편안하려면 정치를 공평히 하면서 백성을 사랑하고, 영화로우려면 예를 숭상하고 선비를 공경하며, 공명을 세우려면 현자를 높이고 유능한자를 부리는 것이니 이 세 가지가 정치의 대요(大要)라고 했다.

지난 연말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공권력과 노동계의 대치국면을 보면서 매우 우울한 연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조환익 한전사장은 꽤나 사자성어를 좋아한 모양이다. 2013년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선보이더니 2014년 신년 화두로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을 제시하면서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3년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했다.

 새해에는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의 힘과 지혜를 한데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대담프로에서 박근혜대통령이 지금까지 대처 전 총리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메르켈로 바꿔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올해는 대통령이 미망에서(전미개오ㆍ轉迷開悟)깨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