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쓰던 스마트폰, 폴더폰으로 바꿔보니
4년간 쓰던 스마트폰, 폴더폰으로 바꿔보니
  • 이성훈
  • 승인 2014.03.10 09:40
  • 호수 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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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지난 1월 말, 4년 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해지하고 폴더폰으로 바꿨다.

2년에 한 번 스마트폰을 교체해 그 동안 두 개 사용했으니 나름대로 알뜰하게 쓴 셈이다. 폴더폰으로 바꾸기 까지 고민이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채팅이나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기 때문에 폴더폰으로 바꿀 경우 불편함이 충분히 예상됐다. 주위 시선도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스마트폰 사양을 따라가지 못할망정 오히려 폴더폰이라니…. ‘구닥다리’라는 소리 듣기 딱 좋다.

그러나 오랜 고민 끝에 폴더폰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하릴없이 스마트폰에 눈이 가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모습이 싫었다.

통신료도 부담이다. 전화기능에 인터넷 검색, 채팅 두 가지 기능을 주로 하는데 한 달에 10만원 가까이 통신료로 부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옳은 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먼저 쳐다보는 습관도 싫었다. 어쨌든 스마트폰과 관련된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보기 위해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이제는 전화기를 두 대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월 1만1000원짜리 요금제인 폴더폰과 기존에 사용했던 스마트폰이다. 폴더폰은 최신 듀얼폰도 아니고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투박하고 촌스러운 것이다. 폴더폰을 가지고 다니니 주변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요즘도 이런 전화기가 있냐?’는 표정이다.

처음엔 남들 시선 때문에 폴더폰 꺼내는 것이 쭈뼛했지만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폴더를 열고 전화를 받는다. 버튼 하나하나 누르는 맛도 새록새록 하다. 역시 휴대폰은 접었다 폈다하면서 버튼 누르는 맛이 있어야 한다.

다른 휴대폰은 기존에 사용했던 스마트폰이다. 이 스마트폰은 해지했기 때문에 단순한 공(空)기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있는 곳이면 카카오톡 채팅이나 이메일 검색, 인터넷 검색, 사진촬영, 어플 다운로드 등 전화기능만 제외하고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집과 사무실은 공유기를 설치해서 마음껏 기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시청을 비롯해 웬만한 관공서도 와이파이 덕택에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에 단돈 1원도 들지 않는다. 폴더폰은 통화용으로, 스마트폰은 인터넷 검색ㆍ채팅용으로 각각 나누어 사용하니 효과도 두 배다. 

우선 통신료가 대폭 줄었다. 10만원 가까웠던 통신료가 이제는 2~3만원이면 충분하다. 일 년이면 80만원 가까이 절약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하루에 두세 번씩 갈아야 했지만 폴더폰은 배터리 하나로 사흘 정도는 문제없다. 스미싱 문자가 와도 클릭이 안 되기 때문에 소액결제 피해를 볼 수도 없다. 

멍하니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손가락을 움직이던 습관도 조금 줄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스마트폰을 꺼내 쳐다볼 이유가 전혀 없어졌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습관을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어서 휴대폰에 의지하는 일이 줄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이나 갑자기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할때 답답하고 심심한 점도 있다. 나도 모르게 와이파이가 되는지 먼저 검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신 책을, 남들과 이야기할 때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물론 상대방이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폴더폰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최첨단 스마트폰이 사람을 대신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