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한약
여름과 한약
  • 광양넷
  • 승인 2007.06.06 14:31
  • 호수 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새 한 낮의 더위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찾아 왔습니다.

여름이야 더워야 여름답지만, 우리나라의 여름은 습도가 매우 높은 고온다습(高溫多濕)한 형태(形態)로, 동성(同性)을 가지고 있는 습열체(濕熱體), 즉, 몸집이 두툼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시련의 계절입니다.

몸이 마르고 흰 편인 기허(氣虛)한 사람에게도 여름은 손기(損氣)되기 쉬운 계절이라 달갑지 않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견이 많아, 이번 기회에는 무더운 여름철 건강관리 가운데 여름철 한약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합니다.

 여름이 되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보약을 먹어도 땀으로 다 빠져나가 효과가 없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전 항시 이렇게 답변하게 됩니다. ‘삼계탕도 원래 12가지의 한약재가 들어갑니다. 삼계탕이 땀으로 빠져 나가지는 않겠지요?’ 라고.  결론적으로 이런 질문은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을뿐더러 한약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항상성이 떨어지기 쉬어 다른 계절에 비해 인체의 신진대사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평소에 몸이 약한 사람이나 어린이, 노인 분들은 여름철에 더욱 힘들고 지치게 됩니다. 이럴 때는 당연히 적절한 한약복용을 통해 몸의 기운과 균형을 유지하여 질병을 미리 예방하거나 또는 조기에 치료해야 합니다.

 여름철에 사용하는 보약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단순히 무턱대고 좋은 약재만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처방하여 육체적, 정신적인 조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여름철 보약은, 깨진 전해질 대사의 평형을 유지시키고, 지나친 땀 흘림으로 인해 소모된 기혈진액(氣血津液)을 보충하며, 심장에 가해지는 과도한 부담을 완화시켜줌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체력회복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영양제나 건강식품 섭취와 달리 인체의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허약한 부분을 보호하고 도와주어 제반기능 조화와 평형을 이루는 것이 여름철 보약(補藥)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한약은 계절에 따라 그 처방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손기(損氣)하기 쉬운 여름에는 ‘보중익기탕’이나 ‘청서익기탕’ 같은 기운을 살려주는 위주로, 장정(藏精)해야 하는 겨울에는 ‘육미지황탕’이나 ‘팔물탕’ 같은 약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생맥산’이라는 약이 있는데, ‘맥문동’, ‘인삼’, ‘오미자’로 구성되어 있는 처방입니다. 여름철에 아주 알맞은 처방으로 배합을 연하게 하면 음료로 쓸 수 있고, 원처방대로 배합하면 보약과 치료제로 두루 쓰일 수 있습니다.

약의 구성상, 몸이 마르고 흰 기허형의 사람이나, 두툼하고 땀이 많은 비습형의 사람에게 모두 적응될 수 있습니다. 최근 운동선수들의 음료로 개발되고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각각을 2 : 1 : 1 로 배합해서 복용하게 되면 여름을 슬기롭게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을 주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보약계통 외에도, 뜨거운 날씨로 인해 지나치게 차가운 음식물, 예를 들면 빙과류, 찬 음료수 등을 과다하게 섭취해 장염이 발생하거나, 에어컨 또는 선풍기 등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여 냉방병이 발생하였을 때도 한약은 좋은 치료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에어컨 등으로 더위를 피하려 하기보다 더위에 순응하고 자연스럽게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적당한 운동과 긍정적인 사고로 심신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여름을 이겨내는 가장 기본자세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