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파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의료계의 파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 광양뉴스
  • 승인 2014.03.24 09:51
  • 호수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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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광양보건대학교 보건행정과 교수
오성근 광양보건대학교 보건행정과 교수
지난 2월 10일 전국 동네 의원 2만8660곳 중 5991곳(20.9%)이 문을 닫았다. 대학 병원과 종합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1만7000명 가운데 4800여명도 파업에 동참했다. 광주ㆍ전남지역 의원급 휴진 참여율은 각각 9.9%와 28.2%로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없었지만, 이후의 사태에 따라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영리의료법인 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과 의료인만이 민간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물론 의료법 제35조에 의료기관 개설 특례규정이 있어 ‘영리법인 소속 직원, 종업원, 그 밖의 구성원이나 그 가족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부속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그 개설 장소를 관할하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병원은 비영리조직으로 일정부분 영리를 추구하지만 그 이익을 배당금 형태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적립금으로서 병원의 고유목적사업에 사용되는 조직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병원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병원간의 수익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과잉진료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부작용으로 지방의 중소병원은 줄줄이 도산하거나 도산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2008년 7월 ‘의료민영ㆍ영리화’정책의 일환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내국인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추진한바 있다. 명목은 “병원경영의 어려움 해소,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경쟁력 없는 의료기관의 퇴출, 제주도 관광활성화 기여”라는 장점을 부각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전례가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의료 법인 자회사가 구내식당ㆍ장례식장ㆍ산후조리원뿐만 아니라 환자숙박시설ㆍ의료기기ㆍ건강보조식품 같은 부대사업까지 할 수 있게 해 지방 병원들의 경영난 타개를 돕겠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법 제34조에 따른 원격 진료를 동네 의원 중심으로 시행하고 2ㆍ3차 의료 기관은 진료 대상과 횟수를 제한하겠다는 것과 법인 약국도 약사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협회ㆍ병원협회ㆍ약사회는 지금 ‘의료 민영화의 전 단계’라는 주장으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고 의료 기관들이 건강보험 환자를 거부할 수 있게 되거나 정부가 정한 수가 대신 비싼 돈을 받고 진료할 수 있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의료 민영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정부도 여러 차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료계가 실제 원하는 것은 의료 수가 현실화라고 한다. 그러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국민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의료보험수가를 올리든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든 일반 국민의 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더 많은 이익을 따내겠다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되면 여론이 의료계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의료법 제2조 제2항에 ‘의료인은 그 종별에 따라 그들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인의 사명감이 무엇일까 세삼 생각나게 하는 법조항이다. 

불현듯 옛말에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과 “아흔 아홉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에게 꾸어달라고 한다”라는 속담이 떠오르며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