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러 왔다가 ‘혈압’만 오른다
‘힐링’하러 왔다가 ‘혈압’만 오른다
  • 이성훈
  • 승인 2014.03.31 09:19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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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부터 다압면 섬진마을을 비롯한 광양시 전역에서 열린 제17회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가 29일 끝났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날씨도 좋아 100만명은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광양=매화’라는 등식이 이제는 전국 곳곳에 널리 알려진 셈이다. 올해 매화축제 슬로건은 ‘봄의 길목 섬진강, 매화로 물들다!’이며 주제는 ‘봄 매화, 여름 매실로 우리 함께 힐링하자’이다. 매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름다움과 은은한 향에 있다. 매화마을 전역에 활짝 피어난 매화는 그 자체로 예술이며 한편의 작품이다. 섬진강과 어우러졌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제 안으로 들어가면 과연 ‘힐링’이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꺼번에 몰리는 차량으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행사장을 들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노점상들이다. 해마다 노점상이 매화축제를 망신시킨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점상은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노점상에서 풍기는 온갖 음식냄새와 술냄새, 여기저기 볼썽사나운 취객들…. 더군다나 곳곳에는 각설이 타령이 온갖 음담패설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사람찾는 방송, 각종 안내 방송은 각설이 타령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세계문화체험관’이라는 명목으로 설치된 세계 각국의 음식점은 더욱더 가관이다. 독일코너는 소세지만 팔고, 벨기에 코너는 슈크림빵을 판다. 미국코너는 닭 튀김에 콜라, 과일을 팔았다. 터키 코너는 아이스크림이다. 어느 노점상에나 흔해 빠진 음식을 세계문화체험관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으니 실소를 자아낼 수 밖에 없다. 

명품 섬진강 자전거길이 겪은 고통은 더욱더 심각하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품 자전거길은 이번 축제기간에 차로로 내주는 바람에 몸살을 겪었다. 자전거가 가야할 길을 버스를 비롯한 대형차량과 승용차가 축제 기간 내내 마구 달렸으니 섬진강 자전거길 훼손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항동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수백억 들여서 자전거길을 만들었는데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자전거 도로가 훼손되면 보수하는 비용이 얼마나 더 많이 들겠느냐”고 한탄했다. 자전거길에 차량과 자전거가 뒤섞이다보니 교통사고 위험도 항상 따랐다. 

아름다운 매화를 보러 왔다가 극심한 교통 정체에 수많은 인파, 온갖 소음과 음식냄새로 힐링은 커녕 혈압만 오를 판이다. 관광객들이 노점상, 각설이 타령을 보기 위해 매화축제장을 찾지 않는다. 화사하게 꽃핀 매화를 보며 봄을 느끼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힐링을 위해 축제장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매화축제는 국제행사도 아니고 문화행사로 말하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매화축제 현장에 와서 좀 조용하게 자연을 느끼고 산책을 할 수는 없을까. 차라리 매화축제를 한해 쉬고 평가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꽃은 피게 마련이다.

축제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이제는 매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관광객들이 진정으로 ‘힐링’을 해보자는 것이다. 100만명이 왔다고 해서 우리지역 경제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몇 년 전 구제역 때문에 매화축제를 한해 쉰 적 있다.

당시에도 관광객들은 별다른 홍보 없이 수십만 명이 매화축제장을 찾았다. 축제를 못했다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조용하게 꽃도 구경하고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둘러봤다.
지금처럼 매화축제가 노점상과 각설이타령으로 얼룩진다면 결코 매화축제에서 힐링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