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이 부른 국가적 재난
조급증이 부른 국가적 재난
  • 광양뉴스
  • 승인 2014.05.12 09:46
  • 호수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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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덕 만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한국교통대 교수
관료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매우 심각하다.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비롯된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면서 폭발력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들의 온갖 부정부패가 드러나자 불신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30여 년 간 영국의 일간신문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타임스에서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럼니스트 마이클 블린은 그의 저서‘한국인들(The Koreans)’에서 부패한 관료 사회 뉴스가 자주 등장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미디어가 이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대중불신을 가속시켰다고 지적한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탈출한 사람들 중에 선장과 선원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위관료들이 사고 현장에서 자행한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지시일변도의 거드름 피우기와 형식적인 현장 방문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부채질했다고 할 수 있다.

관료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또 하나 감정은‘빨리빨리 문화’다. 우리는 이탈리아 사람들처럼‘열정’이 넘치는 기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희비를 막론하고 모든 상황에서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열정을 2002년 서울월드컵 당시 서울역과 시청 앞에 뛰쳐나가 꽉 메워 축구를 응원한 모습에서 많이 찾는다.

유럽의 축구광팬들도 이를 보고 혀를 내둘렀었다. 영화와 TV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의 과격한 감정 표현은‘한류’ 바람을 일으켜 중국은 물론 미국에 까지 드라마 신드롬을 야기했다. 반면에 한국적 열정은 국회에 고함지르기를 넘어 멱살을 잡고 흔드는 육탄전으로 번지기도 한다. 동양 고전에서도 한국 특유의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고문헌에 따르면 에너지로 충만한 한국인들은 흥이 많고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빨리빨리 성향은 지속된다. 6.25전쟁의 폐허더미 속에서도 1차산업의 농업후진국을 불과 40 여 년 만에 최첨단 산업국가로 일으켜 세웠다.

그 결과 쌓아놓은 선진화된 통신 인프라, 앞선 제조업, 첨단기술력 등은 지구촌의 부러움 대상이지만 조급한 나머지 절차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적 정신세계를 잉태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각 분야에서 한 발짝 물러나 주변을 돌아볼 때다. 조급증에 말려들어 국가재난안전 기관을 졸속으로 설치해선 안 된다.

결과 이전에 절차가 중요하고, 비리가 터지면 호들갑을 떨고 일과성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누구나 이해가 되고 기회가 되는 투명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