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을 짝사랑한 숲 해설가 정다임 씨
백운산을 짝사랑한 숲 해설가 정다임 씨
  • 김보라
  • 승인 2014.05.19 10:38
  • 호수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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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도 같은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널리 알리는 게 제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인 것 같아요”

광양시 산림과 소속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다임(52)씨는 자다가도 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깊은 사랑에 빠졌다.

산에 대한 사랑의 시작은 그녀가 어린 시절 골수염 판정을 받고 장애인이 될 뻔한 고비를 넘기면서부터다. 절단 위기 상태의 오른쪽 다리를 큰 수술 끝에 지켜냈지만 다시 정상인처럼 보행하기 위해서는 ‘재활’은 필수였다. 그 때 ‘등산’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의 오른쪽 다리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정씨는 아직도 오른쪽 무릎 아래 쪽에 치마나 반바지를 못 입을 정도로 움푹 패인 상처를 갖고 있지만‘날다람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건장한 남성 이상의 운동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33년 째 산을 타고 있는 정씨는 지리산 종주 63회, 안나푸르나 등반 등 전국의 산은 안 가본 곳이 없으며 전문 산악인으로서 각종 매스컴에 등장하는 유명인사다.

정씨는 "산 이름만 들으면 어떤 코스로 어떻게 등반해야 할지 머릿속에 3D지도가 떠오른다”면서 “멀리서 형체만 봐도 어떤 나무가 사는지, 소리만으로도 어떤 새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 속에 묻어 산다”고 말했다.

요즘은 백운산 알림이로서‘전국의 백운산을 올라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전국 36개 백운산 가운데 26개를 올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씨는‘전국의 백운산을 찾아서’라는 산행기를 작성하고 있다.

정씨는 “백운산은 전국에서 가장 삼림욕하기 좋은 곳”이라면서 “편백숲이 울창하기도 하지만 물이 많기 때문에 음이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정씨는 2010년 백운산 등산지도를 만들었으며 한번은 ‘산에서 조난을 당했다’며 보내온 사진 속 바위만을 보고 어느 위치인지 알아내 하산로를 알려줘 큰 사고를 막기도 했다.

주중에는 백운산 숲해설가로, 주말에는 자원 봉사 ‘등산 가이드’로 전국 각지에서 찾는 통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산행 뒤 건네는 음료수 같은 작은 선물 하나에, 감사 인사 한 마디에 피곤한 것도 잊고 정씨는 또 다음 스케줄을 잡는다.

‘산과 숲’에 대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정씨는 등산 지도자, 숲길 체험 지도사, 명상 지도자 등 관련 자격증만 13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등산학교도 수료했다.

숲 해설가로 활동하려면 꽃, 나무, 동식물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숨은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하기에 정씨의 차 뒷좌석에는 전문 서적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러한 노력에 처음 숲 해설가로 고용됐을 때 통나무집 청소와 야생화 옮겨 심는 일 정도만 했던 그녀에게 이제는 숲길 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 및 운영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맡겨졌다.

“꽃을 꺾으면 진액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고 아이들에게‘꽃이 우는 거야, 피를 흘리는 거야’라고 말하면 다시는 아이들이 꽃을 꺾지 않아요. 그게 산지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