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라는 토양에 이야기라는 밑거름을 주는 게 이야기 할머니들의 역할이죠”
“인성이라는 토양에 이야기라는 밑거름을 주는 게 이야기 할머니들의 역할이죠”
  • 김보라
  • 승인 2014.05.26 09:57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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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머니’이 광 강 씨의 재미난 이야기 속으로~
“할머니, 할머니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주실 거에요?”

지난 16일 오후 제철 유치원에서 만난 이광강(72)씨, 고운 한복을 입고 나선 이씨의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이자마자 아이들은 밥 먹던 숟가락도 내던진 채 우르르 그녀에게 몰려간다.

한참을 아이들과 포옹하던 이씨, 그녀가 이곳에서 ‘뽀통령’보다 더한 인기를 끄는 비결은 ‘이야기 보따리’ 때문이다.

이광강 할머니는 지난해 3월부터 일주일에 세 번 제철유치원을 비롯한 어린이집 세 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언제나 “공수, 인사,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된다. 흥미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이야기 자체를 단순하게 지식으로써 전달하기 보다 예절과 효 등 전통 문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바른 인성을 다듬는 것이 ‘이야기 할머니’ 활동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호랑이를 감동시킨 분희’.‘효’를 알기엔 아직 어리고 집중력도 약한 4살 배기 꼬마들이지만 아이들은 금세 할머니의 손동작 하나 말소리 하나를 놓칠 새라 숨소리마저 죽인 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이 할머니는 매주 이렇게 한편의 동화를 외워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그림 자료를 보여주거나 가면을 이용
한 역할극을 해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가르침을 잘 따르며 질문세례를 퍼붓기도, 할머니 품에 서로 안기기 위해 귀여운 질투
쟁이가 되기도 한다.

최선미 제철유치원 꽃잎반 담임 선생님은 “핵가족화로 인해 할머니를 자주 접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라면서 “아이들도 할머니의 푸근함과 애틋한 마음을 아는 지 오실 날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처럼 광양 지역에서 이야기 할머니 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는 총 4명.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한국국학진흥원 인성연수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광강 할머니가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게 된 것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때문’이다. 손이 귀한 집에서 나고 자라 아이들을 좋아하던 이 할머니는 당신 손으로 키운 외손주들이 어느새 자라 학교에 가자 부쩍 외로움을 느끼셨다.

‘아이들 속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할머니는 평소 동화구연, 종이접기 자격증을 따며 마술도 연마해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야기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됐고 치열한 시험 과정을 거쳐 혹독한 1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비로소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매순간이 보람차지만 그중에서도 산만하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던 아이가 어느새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을 때 그녀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유독 당신을 멀리 했던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두달 동안 이 할머니는 그 아이를 만날 때마다 한번 더 보듬어 주고 다독여줬던 것이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 같아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됐다.
지난해 이야기 할머니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써준 편지 모음 글이 여태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하다는 이광강 할머니,

그녀는 오늘도 지식이 아닌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전달하러 아이들 속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