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만남
특별한 만남
  • 광양뉴스
  • 승인 2014.06.02 09:42
  • 호수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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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한국해비타트 전남동부지회 사무국장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외모로 평가할 수 있을까? 철부지 아이들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가 보여주는 갖가지 단면들은 이미 비정상적이거나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시멜로 이야기로 유명한 호아킴 데 포사다는 그의 최신작 『난쟁이 피터』(마시멜로. 2014)를 통해 한 인간의 불가능할 것 같은 성취와 기적을 추적해 보인다.

이 책에서 보이는 피터의 삶은 어떠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에 무직자다. 무거운 생계를 홀로 떠안았던 어머니마저 일찍 교통사고로 그의 곁을 떠난다.  못생기고 왜소한 피터는 일찍 성장판이 닫히면서 난쟁이로 살아가야할 운명에 놓인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그는 이제 노숙자가 된다. 그런 그가 훗날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법률가로 변신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불행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는 희망의 전도사가 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있다.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자수성가하거나 인생의 반전을 이룬 이야기는 많다. 이러한 이야기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사람들의 자기 절제와 노력, 그리고 인내라는 주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불가능한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현실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하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그러한 계기를 만들고 인생의 목표를 갖는 데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난쟁이 피터>에 있다.

인생의 역전을 가능케 한 것! 그것은 ‘특별한 만남’이다. 1994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은 인생의 변화를 이뤄낸 사람들을 추적, 연구한 바가 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혼, 질병, 사업의 파산 등 개인적인 계기에 의한 변화 또는 지인의 참혹한 경험을 간접경험한 후에 스스로를 바꾼 사람들 보다 변화를 도보할 수 있는 사회적 집단에 속한 덕분에 특별한 경험이나 비극 없이 자신의 삶을 바꾼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즉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가라는 점에서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와 계기를 더 많이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난쟁의 피터』의 주인공 피터 또한 특별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행운이 있었다. 그에게는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어머니가 있었다. 꿈의 도서관에서 만난 크리스틴 선생님은 책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택시 운전사 드림카터는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프랭크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삶의 목적을 일깨워줬다.

그의 그러한 특별한 만남이 세상으로부터 도망가려 했던 피터를 되돌려 세우고 이제는 세상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으로 태어나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별한 만남은 어느 날 문득 신의 은총처럼 오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예기치 않은 도움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우리가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회란 흔하지 않다.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관조하는 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특별한 만남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세월호참사로 온 국민이 자조감에 젖어 있을 때 진도의 한 약사는 약가방을 둘러메고 팽목항을 찾았다. 그의 작은 노력은 결국 대한약사회가 나서게 했고 아이들을 찾는 수색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팽목항을 비롯한 세 곳에는 24시간 문을 연 임시약국을 있게 했다.

지난 5월24일 해비타트 현장에도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여대, 팔마고의 예쁜 여학생 등 빛나는 청춘들의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물론 그곳에는 올해 지어지는 해비타트 주택에 입주할 예비입주가정도 있었다.

이들의 만남은 생기롭고 힘이 있다. 희망도 있다. 그렇게 특별한 이들의 만남은 서로를 각인케 하고 그들을 변화시켜 내일을 사람 살만한 세상으로 바꾸어간다.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런 만남을 통해 이웃을 변화시키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

그것이 자원봉사의 매력이며 힘이다.

그런 면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특별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