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보(行補)
행보(行補)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7.05 09:43
  • 호수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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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의 특성상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오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모든 장기나 조직이 퇴화하여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뇌졸중(중풍)이나 심장병 당뇨병 등 성인병은 물론이고, 근육과 골격의 노화로 인한 퇴행성질병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나이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가하면, 어떤 분들은 몸의 나이가 실제 보다 더 늙어 버린 경우도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여기에는 태생적이거나 유전적이 요인도 있지만, 보편적인 사실은 살아오면서 당연히 해야 할 자신의 몸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농촌에서 일을 많이 하시는 노인 분들은 이렇게 말씀 하시곤 합니다.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눈앞에 일거리를 보고 어떻게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그중에는 인공관절치환수술을 하신 분들, 허리가 휘는 퇴행성척추관절증을 앓고 계신 분, 심지어는 요추융합수술까지 받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절대로’라는 말을 써야 할 정도로 절대로 일을 해서는 안 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평생 해왔던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일 뿐일 진댄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을 계속 하게 된다면 백약이 무효일뿐더러 몸 상태는 더 악화될 따름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할 일은 나이 들어 필연적으로 겪게 될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들 상식적으로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운동을 해야 퇴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명제이며,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있는데, 그것은 ‘걷기’라는 사실입니다. 

 ‘동의보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 약으로 몸을 보하기보다는 음식을 잘 먹는 게 낫고 음식보다는 걷기가 더 낫다는 뜻입니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입니다. 숨이 많이 차지 않으며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몸 안에 최대한 많은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 시키고 혈관조직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허혈성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적절히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만을 해결하고 노화현상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1주일에 20시간 정도 걷게 되면 혈압이 내려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져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40% 정도 낮출 수 있으며, 심장의 관상동맥의 탄력성을 회복시켜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걷는 운동을 하는 당뇨병 환자와 그러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혈당조절 능력이 3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됩니다. 팔을 크게 흔들면서 걷는 파워워킹으로 매일 20분 이상을 걸으면 몸의 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하여 다이어트에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특히 대표적 퇴행성 질환인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며, 무릎의 연부조직을 강화하여 연골의 퇴화를 막아 관절염을 예방하고, 척추에 자극을 주어 디스크와 추골에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활성화 해 줘 노화를 늦춰줍니다. 
 사람은 걷는 것이 기본 활동입니다. 현대인들은 과거와 달리 지나친 문명혜택으로 인해 가장 기본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걷기마저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걷기를 소홀히 하면, 나중 나이가 들어 많은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딱히 운동을 하지 않거나 시간이 없는 분들이라면, 하루 최소 4km 정도의 거리는 걷기를 권유해 드립니다. 걷기를 통해 바깥세상을 접할 기회도 얻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맑은 자연도 벗 삼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정서적으로도 유익한 결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걷기’는 노화방지는 물론 현재의 삶에도 분명한 활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