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 하나하나에 새겨 넣은 ‘충절’과‘정절’
칼끝 하나하나에 새겨 넣은 ‘충절’과‘정절’
  • 이성훈
  • 승인 2014.06.16 09:25
  • 호수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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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장도장 명예보유자 박용기 명인 별세
“세상에 칼은 많지만 정절과 의리, 충효의 정신이 담겨 있는 칼은 한국의‘장도’ 밖에 없다. 한평생 장도를 만들면서 정신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제작해 왔다. 장도에는 바로 사람 사는‘도덕’이 담겨있다.”

한국 장도제작의 최고 장인(匠人)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명예보유자인 박용기 옹이 지난 5일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광양출신인 고인은 14세 때 장익성 장도장 문하에 입문하여 70여년간 장도 제작에 외길을 걸어오면서 국내외에 한국장도의 예술성과 충ㆍ효ㆍ의ㆍ예ㆍ지조의 정신을 널리 알려 왔다.

박용기 명인은 자신이 만든 칼날에 항상‘일편심(一片心)’이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다. 살아생전“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려면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고인은 “고집과 인내를 가지고 온 정신의 혼을 쏟아 포기하지 않고 한길을 가다보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후배들을 가르쳤다. 

박 명인은 또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장도가 남자에게는 ‘충(忠)ㆍ효(孝)ㆍ의(義)’를, 여자에게는 ‘정절’을 상징한다.

고인은 이 의미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바르게 살라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요즘은 죄를 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시대야. 가난해도 도덕이 살아있는 나라가 부자인 게야. 장도를 통해 그때의 정신을 불러와야 한다”고 뼈있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고인은 2006년 전 재산을 국가에 기부체납하고, 광양장도전수교육관을 설립해 전통공예기술 전수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지난 2010년에는 전승 활동이 어렵게 되자 명예보유자로 인정 예고 됐다.

고인은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기능 보유자로 인정받았으며, 2009년 전라남도 문화상을 수상했고, 2012년 대한민국 문화유산 수훈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정례 여사와 아들인 박종군 장도장을 비롯해 1남과 4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