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행정에 생활 오수 ‘수십년째’ 마동저수지 유입
늦깎이 행정에 생활 오수 ‘수십년째’ 마동저수지 유입
  • 김보라
  • 승인 2014.06.16 09:34
  • 호수 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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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과, 기존 시설 ‘나 몰라’…주민 항의로 최근 새 설비 설치

마흘마을 하수가 방류된 마동저수지에 거품, 기름띠가 광대하게 형성돼 있다.
광양시 하수과의 늦깍이 행정에 마동 마흘마을의 생활 오수가 수십년째 마동 저수지로 유입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하수과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주민들 항의가 잇따르자 최근에서야 대책을 마련해 ‘환경 오염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마동 마흘마을 주민에 따르면 348명(161세대)이 거주하고 있는 마흘마을은 하수전용관을 통해 오폐수를 하수종합처리장으로 보내는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정화조를 통해 생활 오폐수를 관리하고 있었다.

용변, 욕실, 주방, 세탁 등에 사용된 물이 정화조에서 1차 정화를 한 후 하수구로 흘러들어가 하수종합처리장으로 운반되는 방식이다.

이론대로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마흘마을의 경우 1차 정화된 물이 하수종합처리장으로 운반되지 않고 수십년째 그대로 마동 저수지로 방류되고 있었다.

특히 정화조에서 1차 정화된 물이라 할지라도 이는 아직 이물이나 거품기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수질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

실제로 마흘마을 하수가 방출되는 지점에 가보니 거품기 섞인 물이 고여 썩은 내가 진동하고 기름띠가 주변에 광대하게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주민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수년 전 시에 건의해 마흘마을의 오수를 마동 저수지 인근의 하수전용관으로 끌어올리는 ‘펌프시설’을 설치했다.

녹슨 채 방치된 기존 오수처리 펌프시설.
하지만 이 펌프시설은 수년째 운영 흔적 없이 방치된 채 여기저기 녹만 슬어있었다. 사람의 손을 탄지 꽤 됐는지 펌프시설 주변은 무성한 풀들만 자라있을 뿐이다.

문제는 하수과 직원들조차도 이 펌프시설의 기능은 어렴풋이 알지만 어떤 부서에서 설치했는지, 얼마나 운영됐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펌프시설을 하수과에서 설치하지 않았더라도 이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시의 하수 관리를 총책임지는 하수과가 나서 유지, 보수를 통해 정상 작동이 되게끔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하수과는 주민들의 항의로 이성웅 시장이 지시하자 최근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펌프시설 설치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13일부터 1달간 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마흘마을 입구의 하수도 맨홀 2개에 펌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마을 주민은 “이제라도 대책이 마련돼서 다행”이라면서도 “그동안 마동 저수지로 유입된 오수의 양이 얼마일지, 그에 따라 환경에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혔는지 파악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랜 기간 동안 문제가 지속됐는데도 이제서야 움직이는 광양시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생태 공원 조성을 위해 공사만 진행하고 홍보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마동 저수지 수질 오염 실태를 파악해 정화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