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5일장…살갑고 정겨운 풍경
광양 5일장…살갑고 정겨운 풍경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09:59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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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좀 안사~요!…"
"죄송해요 할머니, 그냥 둘러 보러 왔어요. 그런데 이 취나물은 어디서 나온거죠?"
"나가, 도청에 사요, 새벽에 따가꼬 가져 온거요"

 
여기서 말하는 도청은 전남 도청이 아니다. 광양읍 도월리 도청을 두고 한 말이다. 같이 동행한 김인수 기자가 도청이 어디냐고 묻는다. 설명을 들은 후에야 도청이 어딘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광양 5일장은 봄나물의 향연이 시작됐다. 풋풋한 풀향기가 봄을 맞아 광양장에 쏟아져 나왔다. 겨울을 견딘 생명력에 경외심이 든다. 이 모든 봄 풍경이 살갑고 정겨운 풍경에 신이난다.

장은 어디든 시끄럽다. 그러기에 광양사람 다 모였나 싶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비개인 광양장은 그 어느때 보다도 활기차 보인다.

1일과 6일에 장이 서는 광양장은 사람과 사람의 어깨가 정겹게 만나고 목청 높은 진월, 진상, 옥곡 사투리를 쓰는 동네 어르신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또한 인근 봉강, 옥룡 촌로들이 마실 삼아 들러 돼지국밥과 선술집 등에서 막걸리 한잔 먹고 가는 곳. 과거 광양읍권이든 면지역이던 간에 사투리만 들어도 옥룡인지, 진월인가를 금방 알 수 있는 우리들이다. 하지만 비록 사투리는 달라도 광양장은 광양인 만남의 장이다. 광양장은 사통팔달로 어떤 골목을 들어서더라도 하나의 통로다. 또한 금새 동네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곳이 광양장이다.

광양장에 들어서니 눈에 띄는 것은 저잣거리마다 풋풋한 풀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장 안이 온통 푸르다. 한창 광양장은 봄나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외진 구석에 봄나물 전을 편 광양읍 세풍에 사는 할머니는 점심을 들다 봄나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자에게 드릅을 건네며 검정 비닐 봉지에 담으려고 한다. 또다른 할머니는 손님에겐 아랑곳하지 않고 나물 다듬기에 당신 손주 다르듯 애지중지다. 냉이, 두릅, 취나물, 돌나물, 쑥부쟁이, 고들빼기, 달래, 돌미나리 등등 장 안은 돋아나는 봄나물의 쌉쌀한 향기로 가득하다.

이곳 나물전은 전문 장사꾼이 아닌 인근 광양읍 도월리나 세풍, 익신,죽림, 봉강, 옥룡 등지에서 모인 시골 촌부들이어서 좋다. 봄나물은 봄햇살에 꼬박꼬박 졸고, 시골 촌부는 촌부대로 닷새만에 만난 이들 안부 묻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광양장은 늬엿늬엿 하루가 가는 것이다.

봄은 땅 끝 1cm에서부터 온다고 했다. 이렇듯 광양장의 우리지역 봄나물은 계절을 승리한 개선장군으로 당당히 우리 앞에 서는 것이다. 푸른 봄나물은 춘공증을 비롯 우리 몸에 좋은 것으로 계절을 이겨내는 그들의 힘을 우리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다.

모레인 6일이면 또 광양장이다. 풋풋한 풀향기 물씬 나는 살갑고 정겨운 광양장을 한번 찾아 봄은 어떨까….
 
입력 : 2005년 05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