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습병(濕病)
장마철의 습병(濕病)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7.12 10:17
  • 호수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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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는 비가 잦고 습도가 높아 ‘습(濕)’으로 생기는 병이 많습니다.
한방에서는 병을 일으키는 외적인 요인으로 육기(六氣)를 이야기 하는데, 풍(風), 한(寒), 서(署), 습(濕), 조(燥), 화(火)라고 하는 여섯 가지의 자연현상을 말합니다. 태양의 고도와 일조량에 의해 계절이 정해지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육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육기에 의해 몸에 병이 생기면 이를 외감(外感)이라 하며 이때의 육기는 육음(六淫)이라고 합니다. 육음은 사기(邪氣 -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이며 장마철에 습에 의해 병이 나면 습사(濕邪)의 침범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습한 기운은 왠지 무겁고 맑지 못하고 답답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이런 추상(抽象)은 몸의 반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습사는 양의 기운을 소모시키고 기의 흐름을 더디게 하여 머리에 젖은 모자를 눌러 쓴 것처럼 무겁고 머리가 맑지 않고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소화기(비위)를 손상시키면 설사가 나기도 하며 토하거나 메슥거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입맛을 떨어뜨립니다.
 
한의학에서 비장은 몸 안의 수습(水濕)의 대사에 관여하는 장기로 보기 때문에, 습사에 노출되면 기와 체액의 정상소통을 막아서 몸이 붓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기기도 하며, 여성 생식기에 침습할 경우 질염으로 인해 대하(帶下)가 생기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습사에 의한 병을 이렇게 기술해 놓았습니다. “습사로 인한 병은 처음엔 징후가 별로 없어 잘 깨닫지 못하며, 서(署)로 인한 병과는 달리 몸이 아프게 된다. 습한 기운이, 경락에 있으면 해질 무렵에 열이 나고 코가 막히며, 뼈마디에 있으면 온 몸이 다 아프고, 오장육부에 있으면 설사나 배뇨장애를 겪고 속이 더부룩하게 된다.”

습사가 침범해 오더라도 몸 안의 정기(正氣)가 충만하면 병이 들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평소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정기를 길러 놓아야 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위를 이기고자 정기를 많이 소모하게 되므로 정기가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정기가 부족해지면, 습사가 많은 장마철엔 습병(濕病)이 무더운 여름엔 서병(暑病)이 발생하게 됩니다.
 
잠간 서병에 대해 언급하면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상태를 생각해 보면 되는데, 땀이 많이 나 기운이 떨어지고 몸이 나른해지고, 가습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차고, 목이 쉬며 열이 오르고 갈증이 심해지는 증후를 갖는 병을 말합니다. 정기가 부족함에도 날것, 찬 것, 기름기 많은 음식, 술 등으로 섭생(攝生)을 게을리 하게 되면 습사가 몸 안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입니다.

만일 습으로 인해 밥맛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 몸이 나른할 경우 가벼운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기 보다는 약간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이 좋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가게 해주는 것이 체내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어 몸이 가벼워집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몸의 과다한 습를 몰아내는 몇 가지 한약을 쓰면 늘어진 위장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기력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습병을 다스리는 약재로 ‘창출’과 ‘율무’를 들 수 있습니다. 창출은 삽주뿌리를 말린 약재로 예로부터 장마 후에 집안에 말린 창출을 태워 연기를 쐬게 하는 풍습이 있을 정도로 습기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소화효소분비를 촉진시키고 복벽의 긴장을 풀어주어 경련과 통증을 가라앉힙니다. 식욕부진이나 구토, 설사 등 습으로 인한 위장질환에 다용하는 약재 입니다. 율무는 몸 안의 습을 없애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여름철 자주 드시면 좋습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 장수 마원(馬援)이 남방을 평정할 때 그 지역의 습기 때문에 병사들이 병을 얻자 율무를 심어 습사로부터 병사를 지켰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비만에도 습으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율무가 대표적인 비만치료약으로 쓰이게 됩니다.
이외에도 솔잎차, 매실차, 인삼차 등이 우리 몸의 습을 배출하고 소화를 돕는 대표적인 한방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