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엿가락처럼 길어진 시정질문, ‘지친다 지쳐’
[기자수첩]엿가락처럼 길어진 시정질문, ‘지친다 지쳐’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12.20 09:14
  • 호수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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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에 질의답변 시간을 알리는 장치가 있어야지. 이거 너무하구만” 이번 제155회 광양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을 놓고 한 의원은 기자에게 볼멘소리를 털어놨다. 시정질문을 놓고 의원들, 집행부 간에 말이 많다. 다름 아닌 엿가락처럼 늘어난 시간 때문이다. 이번 시정질문은 14일과 17일 이틀간 6명의 의원이 질의를 하고 집행부의 답변을 받았다. (정현완 의원은 서면 질의·답변으로 시정질문을 대신했다.)

광양시의회회의규칙 제67조2항의 시정 질문란을 보면 ‘의원의 시정질문 시간은 답변시간을 포함하여 60분을 초과할 수 없다. 단 의장의 허가를 얻어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충질문 역시 ‘10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질문자 이외의 의원이 질문할 때도 5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시정질문을 할 때마다 이런 규정은 무시되고 만다. 시정질문보다 보충질문이 더 길다는 의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올 만큼 현재 시정질문은 늘어질 때로 늘어났다. 어떤 의원들은 장시간 계속된 시정질문이 끝나고 정회가 선포되면 허리를 움켜쥐고 나온다. 집행부의 표정을 보면 이보다 더하다. 시정질문 시간이면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각 실과소장으로서는 그 자체가 가시방석이다.

시정질문이 길어진 원인은 의원들과 집행부 모두에게 있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서 한꺼번에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질문이 많다보니 장황해지고 결국 핵심은 비켜간 채 마지막에는 자신이 무엇을 질문했는지 헷갈린다. 집행부 역시 초기에는 귀담아 듣다가 질문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장황한 질문에 지친 집행부는 결국 “검토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정질문에는 질문하는 의원과 답변하는 집행부 모두 ‘기본 현황은 파악하고 있다’라는 전제하에 질의와 답변이 돼야 한다. 질의하면서 기본현황, 주변 곁가지를 쏟아내니 핵심은 없어지고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 집행부의 답변 역시 의원이 질문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존경하는 의원님의 질문에 감사드리며…, 광양시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집행부…” 제발 질문과 답변시간에 서로간 덕담을 주고받지 말자. 집행부는 특히 답변 내용에 “동북아자유도시를 추구하고…”라는 시 비전을 머리말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은 답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이다. 인사치례만 줄여도 시정질문은 더욱더 탄탄히 운영될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이 길다고 해서 내용이 충실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년 시정질문에는 의원들이 핵심을 명확히 짚어내 좀 더 탄탄하고 탄력적인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다면 광양시의회는 정말 시간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