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모리와 영세공원묘원
메멘토모리와 영세공원묘원
  • 광양뉴스
  • 승인 2014.07.21 10:01
  • 호수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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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선거는 끝났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렸다. 승자는 7월 1일에 취임식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시작은 의욕으로 충만해 있을 것이며, 시야에 장애물은 없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경계해야한다.

로마시대 때는 승리에 도취한 개선장군에게 교만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로 노예를 따르게 했다. 노예는 개선장군의 뒤를 따르며‘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쳤다. 메멘토모리는‘죽음을 기억하라’ 또는‘너도 반드시 죽는다’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우리 인생의 오늘은 유한하며, 내일은 예측 불허이다. 인생의 유한함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후대의 평가를 의식해서 부끄러운 삶에 발을 들여 놓는 것도 꺼린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새로운 길을 걸을 때 묘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묘지의 방문을 통해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죽음과 역사를 반추하며 다짐을 하기도 한다.

묘지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조상 묘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상들의 묘는 주거지와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데 비해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주거지 근처에 묘지(조각묘)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묘지는 산책 장소, 낮 시간의 휴식처 및 관광지로도 이용되고 있다.

공원처럼 묘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프랑스에서 꽃(절화)소비는 가정용 보다 묘지에 바치는 양이 더 많다.

일본 시골 마을에도 묘지(납골당)는 마을 내에 있다. 묘지가 마을 내에 있기 때문에 산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묘지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며, 인생의 유한함을 되새긴다.

2년 전에 일본 시코쿠(四國) 도쿠시마(德島)현의 이시이쵸(石井町)라는 시골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해질 무렵 일을 마친 촌부가 경운기에서 야생화 꽃다발을 꺼내 어떤 묘지에 바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때 촌부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하루의 일과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묘지가 무서움이 대상이 아니라 카운슬러이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울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우리나라도 최근 묘지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주거지 근처에 조성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광양시에도 주거지와 멀지 않은 곳에 광양시영세공원묘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묘원의 조성으로 화장률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꼭 개선해야 할 점들도 많다.

우선, 세월호 참사 이후 자주 거론되는 안전문제이다. 명절 때 영세공원묘원의 모습은 안전사고가 날까 싶어 위태위태하다. 낡은 자동차로는 올라가기도 힘든 일자형의 급경사진 도로, 주도로와 주차장이 연결되는 급경사진 통로, 좁은 주차장, 주차장에서 봉안당으로 가는 급경사진 통로 등은 항상 사고의 불씨를 안고 있으며, 노약자의 접근성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수년 채 참배객들 모두가 지적하는 내용이지만 변화는 없고, 해가 갈수록 참배객들의 수와 함께 위험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삭막한 묘지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프랑스의 조각 공원묘지나 일본의 시골 마을 가운데에 있는 묘지같이 꾸미기는 어렵더라도 아름다운 나무를 심고, 의자를 배치하고,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서 감성적 거리감을 좁혔으면 한다.

광양시의 중요 인사들이 중요한 시점에 영세공원묘지를 찾는지, 그들은 묘지로 부터‘메멘토모리’를 되새기고 정의로운 결심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광양 영세공원묘원이 추모와 메멘토모리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므로 방치하지 말고 안전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