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조례 개정이 남긴 것
도시계획조례 개정이 남긴 것
  • 태인
  • 승인 2008.06.26 08:03
  • 호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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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제162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된 도시계획조례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이번 조례 개정은 지난해 개정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지역 여론은 분분하다. 재개정이 잘됐다는 측면이 있는 반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팽배해 조례 개정으로 인한 후유증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례 개정은 그 자체가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광양시의회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오점을 남겼다. 시의회는 찬반 어느 측으로부터도 박수 받을 만한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의회가 여론 속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발의에 앞서 시민들로부터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반영했느냐의 문제다.

지난해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놓고 지역 여론이 한창 들끓었었다. 당시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놓고 어떻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발의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었다. 의회가 최소한 공청회라도 개최해서 찬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은 되풀이 됐다. 도시계획조례를 종전으로 환원시키려는 의원 발의가 추진되자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여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재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시민단체협의회에서도 성명을 내고 “시민의견을 충분히 듣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자신을 대변하고 있는 의원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 개정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는 없다. 집행부는 발의하기 전에 입법예고 과정을 거치지만 의원 발의로 인한 조례 개정은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의 잣대를 떠나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통과된 조례 개정은 각 지역 주민과 단체 마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최소한 공청회는 하지 않더라도 각 지역 주민과 단체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고 발의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의회를 취재하다 보면 흔히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집행부가 민의의 대변인 의회를 무시하고 있다”는 말을. 집행부가 의회와 상의도 없이 일을 추진하니 나중에는 모든 책임을 의회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펼친다면 시민들은 의회에 등을 돌릴 것은 분명하다.

이제 후반기 의회가 일주일 남았다. 초선 의원들도 의정활동에 2년의 경험이 축적됐다. 의원들은 당선 당시 다짐했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되새기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5대 의회 들어서 의정비도 인상됐다. 시민들이 의정비를 그냥 인상시켜준 것이 아니다. 시민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한걸음이라도 더 현장을 돌아다니며 행정을 꼼꼼히 감시하라는 뜻에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의회는 이번 조례 개정을 거울로 삼아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후반기에는 더욱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론은 항상 등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