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의회, 해외연수가 그렇게도 급한 사안인가
7대 의회, 해외연수가 그렇게도 급한 사안인가
  • 이성훈
  • 승인 2014.07.28 09:28
  • 호수 5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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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광양시의회는 의회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의 역할은 물론,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안을 제시하여 광양시민이 행복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광양시의회 홈페이지에 있는 서경식 의장의 인사말 일부다.

7대 의회가 개원하자마자 해외연수를 추진 중이다. 해외연수 추진 배경에는 어차피 있는 예산, 없앨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항변이 담겨있다. 그동안 관행대로 추진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그토록 굽실거리며 한 표를 호소했던 의원님들이 이제는 시민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벌써부터 해외연수 타령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현재까지 해외연수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원 간담회에서 해외연수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했으며 일정도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가 간담회 해외연수안의 핵심이다. 운만 떼었다고 하지만 초선이 대거 포진한 7대 의회로서는 정말 실망스러운 결과다.

해외연수는 필요하다면 다녀와야 한다. 연수를 통해 우리 지역에 발전할 수 있는 선진 사례를 견학할 수 있다면 충분히 다녀오고 그 사례를 적용해야 한다. 필자 역시 취재를 위해  평균 1년에 한번 정도 해외를 다녀왔다. 연수라는 이름을 빼더라도 단순히 놀러만 가도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지는 것이 해외출장의 매력이다. 

역대 의회는 출범할 때마다 그 시기에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의원들의 항변은 이렇다. 그동안 아무 말 없다가 왜 7대 의회에서 태클을 거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관행대로 하면 괜찮은 것인가.

올해 대내외 상황을 살펴보면 관행대로 하기에는 시기가 너무나 좋지 않다.

현재 광양시의원 구성을 살펴보자. 13명 의원 중 초선은 7명이다. 재선 이상 의원 중 서경식 의장과 이기연 부의장은 4~8년 공백 기간을 거쳐 다시 입성했다. 연임한 의원들은 박노신ㆍ송재천ㆍ백성호ㆍ김성희 의원 4명 뿐이다.

결국 9명의 의원은 올 하반기에 행정과 의정 공부에 더욱더 열중해야 한다. 도시 규모가 커지고 시민들의 행정 서비스 수요도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공부해야 할 분량은 방대하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준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연수를 가는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6.4 지방선거 이후 의원들이 제대로 공부할 시간이 있었을까. 의원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 달 동안 의장선거에 매달렸다. 상임위원장 선거와 상임위 배분 과정에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개원식 후 기관들과의 만남, 각종 행사 참여 등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공부할 시간은 제대로 없었다.

8월은 휴가철로 집행부나 의회도 어수선하다. 결국 해외연수 전까지 의원들이 지역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각종 행정ㆍ의정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나서 해외연수를 가도 늦지 않다. 해외연수 한번 안 간다고 해서 광양시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내실을 다진 후에 다녀오라는 것이다. 올해 안에 해외연수를 가지 않으면 예산 2600여만원은 시에 반납해야 한다. 반납 좀 하면 어떤가.

이번 해외연수 추진 과정을 보면서 7대 의회가 6대 의회처럼 민주당, 통합진보당, 무소속 의원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면 과연 이 같은 결정이 쉽게 나왔을지 의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사실상 독식구조를 가지고 있는 7대 의회는 앞으로 심사과정에 더욱더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견제 세력이 없다고 독주를 일삼고 마음 내키는 대로 처리한다면 이에 대한 역풍은 여론에서 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