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
축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
  • 이성훈
  • 승인 2008.11.20 09:22
  • 호수 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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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주최로 ‘공공디자인과 음악제’를 주제로 한 기자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연수 장소는 부산과 김해, 통영 등 세 도시였다. 기자연수를 다녀온 후 본지에서는 공공디자인 기획시리즈 전면 기사를 8차례 보도했었다. 당시 보도 주제가 공공디자인에 한정돼 기사게재를 하지 않았지만 2박 3일의 연수기간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관람이었다.

2년 전 부터 KBS 라디오 클래식 전문 채널을 통해 클래식을 조금씩 접해왔지만 직접 오케스트라 공연을 눈앞에서 본 것은 태어난 후 처음이었다. 개막공연을 맡은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작됐다. 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조차모를 정도로 나도 모르게 공연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클래식이 이런 거였구나!’ 이날 공연 이후로 클래식에 대한 애정은 더욱더 깊어갔다.

이날 음악제를 통해 얻은 소득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의 힘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한 것도 매우 뜻깊었다. 통영국제음악제를 보기 위해 해마다 이맘때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전국 곳곳에서 통영을 찾는다. 비용이 얼마든, 숙소를 어떻게 해결하든 여의치 않는다. 또한 이 음악제를 전후로 통영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속으로 빠져든다. 음악 축제 하나가 통영의 브랜드를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음악제에 다녀온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그 감동은 지금도 가슴속에 여전하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가고 싶다.    

광양을 생각해본다. 매화문화축제부터 도깨비도로 장승문화축제까지 우리는 해마다 예닐곱 개의 축제를 개최한다. 그러나 축제 대부분이 지역에 한정되어 있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제만 다를 뿐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축제가 되풀이되고 있어 시민들조차 축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독자들은 신문사에 연락해 “제발 축제 좀 줄여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장석영 의원은 지난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광양시도 대표축제를 하나 키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주장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 축제를 줄이면 행정력 낭비도 없앨 수 있고 예산도 아낄 수 있다. 또한 대표 축제를 집중 육성하면 광양시 브랜드를 더욱더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성웅 시장과 장명완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11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축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언제까지 연예인을 무대 위에 세우고 불꽃놀이를 일삼으며 야시장이 활개 치는 축제를 볼 수만은 없다.

축제 한 두 개를 집중 육성해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이 축제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광양을 와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