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옛 읍사무소 청사 활용 논란이 주는 의미
[기자수첩]옛 읍사무소 청사 활용 논란이 주는 의미
  • 이수영
  • 승인 2008.12.04 09:45
  • 호수 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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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옛 읍사무소 청사 활용 방안을 두고 지역내 논란이 빚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여겨진다. 그 중 하나는 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기자는 옛 읍청사가 지역 문화재 여부의 쟁점이 되자 지난 1일 전북 군산시를 다녀왔다. 옛 군산세관이 논란의 중심에 선 광양읍 청사와 상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군산시 장미동에 있는 옛 군산세관은 지난 94년에 도지정 기념물로 등록됐다. 그러나 당시 군산세관은 신청사를 지으면서 현 실정에 맞는 제법 큰 규모의 청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현 건물은 철거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만 해도 이 건물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는 다들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군산이 고향인 몇몇 직원들이 이를 지켜냈다. 건축 양식이 특이하고 오래된 건물 같으니 보존하자고 윗사람들을 설득시켰다. 결국 지금의 옛 군산세관은 문화재로서 군산뿐만이 아닌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해방 등 우리 민족의 격동기 수탈과 저항의 역사, 그리고 도입된 서구의 사상과 문물은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겼다. 옛 광양경찰서와 광양읍사무소는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삶을 보여주는 소중한 우리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양읍사무소 옆에 자리했던 옛 광양경찰서는 신청사로 옮겨가면서 철거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들어서 이미 사라졌다. 이밖에도 아직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들도 정확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많은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지 모른다.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이 이처럼 소멸 위기에 있는 것은 이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의 것을 보호 보존하는 데 치중하여 근대문화유산은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 될 만큼 소홀히 한 것이다.
군산시는 지역의 오래된 건축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목록화 했다. ‘근대 문화의 도시 군산’이 그것인데 여기에는 건물명과 주소지, 현재용도, 분포특성, 보존상태, 보존방법까지 조사해 기존 건물을 신축하거나 보수할 때는 시와 꼭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근대문화유산들이 이제 더 이상 멸실되지 않도록 지키고 보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광양시도 지역의 근대문화유산들을 군산시처럼 실태를 파악한 후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옛 읍청사 활용방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공감대 형성도 매우 중요하다. 근대문화유산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 그 가치를 잘 몰라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대 이전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 등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지만 근대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광양시는 이참에 읍면동의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소개나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관리 보존할 전문 인력 충원이 뛰따라야 한다. 현재 인역 감원이 대세지만 문화계 인력은 더 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문화 관련 단체와 연계해 ‘스토리 텔링’ 기법 등을 활용한 이야기를 개발해 문화상품으로 활용해 나간다면 주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뀔 것이다. 광양시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