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크루즈 관광객 5만 명, 경제 효과는 '글쎄’
중국 크루즈 관광객 5만 명, 경제 효과는 '글쎄’
  • 이성훈
  • 승인 2014.08.01 20:48
  • 호수 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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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입 8억6000만원 … 입항료, 버스 임차가 대부분


올 한해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광양항을 통해 광양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5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시는 올해 크루즈선이 12항차를 입항한 결과 8억 6000만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음식점, 숙박업소 등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혀 맞지 않은 분석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광양시는 올 한해 광양항을 통해 14만톤급 대형 크루즈선인 보이저호와 마리나호가 총 12항차 입항해 5만 10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 일정으로 전남 동부지역의 관광명소를 둘러 봤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올해 12항차 마지막으로 중국인 관광객 4485명을 태우고 중국 텐진항을 출항한 로얄캐리비안 보이저호가 광양항에 입항했다.

시는 올해 중국 크루즈선이 광양항에 입항해 지역 관광버스 임차, 가이드 숙박업소 이용, 특산품 판매 등을 통해 약 8억 6000여만원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지 실무자들은 시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천변 광양불고기 식당 관계자는“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식당을 이용한 적이 있지만 단체 관광객이 다녀가거나 붐빈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고기 업소 관계자는“가이드 측에서 대형 불고기 식당을 대상으로 가격을 조정하여 중국 관광객들을 데려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면서“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관광객들로 인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숙박업계도 마찬가지다. 크루즈선이 입항하면 가이드 측이 부산에서 관광버스로 관광객들을 대거 데리고 가기 때문에 광양에서 숙박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숙박업계 관계자는“지난해 처음 크루즈선이 왔을 때는 그나마 가이드들이 광양에서 숙박하며 약간 도움이 되었지만 올해는 아침 일찍 부산에서 바로 데려가 관광객들은 물론, 여행사 관계자들의 숙박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오전 8시에 크루즈선이 도착하면 곧바로 부산으로 데려가 면세점, 할인점에서 쇼핑 관광을 즐기게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광양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광양항에 정박 장소만 고스란히 내주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는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각종 환영행사를 하고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를 배치하는 등 정성을 쏟고 있지만 실물경제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해‘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실익은 거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8억 6000만원은 입항료, 관광버스 임차가 주된 것으로 숙박, 식당 이용 등은 크게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는 당초 광양불고기를 중국 관광객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려고 했으나 중국인 관광객들은 막상 저렴한 식당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소호무역, 광양 특산물 판매에도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숙박업소 관계자는“시에서 분석한 입항료와 관광버스 등으로 거둔 8억원이 지역경제활성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입항료는 항만공사에 들어가는데 이를 지역경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고 비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의미가 식당, 숙박업, 상가 등에 영향을 끼치는 직접적인 효과를 말하는데 시에서 분석한 지역경제효과는 시민 정서와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광양시는 그동안 대형 크루즈선이 광양항에 입항하는데 필요한 모든 행정적인 지원과 환영ㆍ환송행사 등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또 민관합동 회의 등을 통해 크루즈관광 효과를 지역 실물경제에 도움에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시는 크루즈 국내 관광을 맡은 지역 대리점 선사와 여행사 등에 광양지역 관광차량을 임차해 줄 것과 운전기사, 가이드들도 광양지역에서 숙박하고, 광양읍 서천변 불고기타운에서 광양숯불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는 지난 2년간 고생만 톡톡히 한 셈이다. 올해 입항을 마지막으로 이제 대형 크루즈선이 광양항에 입항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쯤 여수 신항에 크루즈 전문 부두가 개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여행사, 전남도 등에 매화마을, 광양제철소, 구봉산 전망대, 망덕포구, 광양숯불고기 및 중마동 먹거리타운 등 광양시 관광명소를 크루즈 관광 코스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여수를 통해 들어 온 관광객을 어떻게 하면 광양으로 끌고 올 것인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2013년부터 광양항을 통해 크루즈선이 광양에 입항했으며, 지난해에는 5항차 2만 1000여명이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