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해 봤자’ 헛다리 긁기만 반복하는 시 관광 정책
‘후회해 봤자’ 헛다리 긁기만 반복하는 시 관광 정책
  • 김보라
  • 승인 2014.08.18 09:15
  • 호수 5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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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흥행 돌풍으로 명량대첩 관련 관광지나 촬영명소가 여름휴가 특수와 맞물려 새로운 휴가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주 촬영지인 우리 지역은 아무런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타지역을 찾는 관광객은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명량대첩이 벌어진 해남과 진도 울돌목을 필두로, 충무공 유적지가 있는 여수와 영화 내 바닷가 장면을 촬영한 완도까지 전남도 전역이 예상치 못한‘명량’특수에 연일 싱글벙글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들 지자체는 홍보물을 배포하고 지역 축제나 기존 관광 상품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한명이라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휴양객들이 최고로  몰리는 성수기에 맞춰 불어든 태풍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여름철 휴가 특수를‘명량’특수가 보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명량의 70%이상을 관내에서 촬영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던 우리 시는 이제 와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타지자체의 관광특수를 구경만 하고 있다. 관광정책으로 연계할 수 없는‘변명’거리들만 늘어놓은 채 말이다.

실제 촬영이 진행된 곳은 출입통제 구역일지라도 인근에는‘광양항 해양공원’이라는 관광 최적지가 있다. 배가 낙후되고 촬영용으로만 개조해 관광용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면 관상용으로 진열만 하더라도 아주 좋은‘포토존’으로 활용됐을 것이다.

또 촬영세트 관광과 연계할만한 주변 관광상품이 없다는 시의 변명도 궁색하기만 하다. 최근 여행 블로거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광양의 숨은 비경이라 꼽히는 이순신대교에서 바라본 야경을 비롯해 구봉산 전망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광양항 홍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안내선, 더 나아가 포스코 광양제철소 홍보관 등을 활용한다면 관련 관광 상품 수 십개는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영화 제작 지원을 결정했을 당시부터 이 부분은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이 내민 영화 ‘명량’에 대한 보고전에는 ‘개봉시기에 집중적인 시 촬영지 홍보 기대’라는 한 문장만 들어있었을 뿐 그 어디에도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홍보할 지 세부적인 계획은 들어있지 않았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시가 영화 개봉 후 나타날 문화적인 파생효과를 우습게 여겼다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 가관인 것은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른 문화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니 주목해달라는 말이었다.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짜냈더라면 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최고의 관광특수를 노릴 수 있었을 텐데, 있는 것도 활용 못하고 손에 쥔 떡도 못 먹고 있으면서 또 시민 혈세를 들여 생뚱맞은 상품을 개발한다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해프닝은 시 관광 정책의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대표 사례로 보면 된다. 시 관광 정책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각개전투’에 ‘일회성 정책’이 돋보인다.

최근 관광사업의 추세는 지자체별 대표적인‘스토리텔링’을 통해 큰 그림 속에서 세부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것인데 우리 시의 관광정책에는 구심점이나 큰 그림 자체가 없는 듯하다.

이것저것 많은 사업은 추진하는데 연계성이 전혀 없어 관광객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홍보나 마케팅도 잘 되지 않으니 돈을 쏟아 부어 시설을 만들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광양은 다른 먹고 살게 많은 지역이라 관광에는 신경을 안 쓴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포스코와 광양항을 통한 경제 유발 효과가 지지부진하다면 관광 사업이라는 새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광 사업이라는 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 하나만 있다면 최소의 비용으로도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더욱 매력이 있는 분야다.

시 자체적으로 인력이나 정책 개발에 한계가 있다면 외부로 눈을 돌려라. 열린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큰 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관광정책의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면 얼마든지 기회는 또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