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장래희망은 “정규직이요”
초등학생들 장래희망은 “정규직이요”
  • 광양뉴스
  • 승인 2014.08.25 09:56
  • 호수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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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장
김 영 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장
한 초등학교에서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정규직”이요 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일도 많이 하고 욕도 많이 먹는 대통령도 사장님도 아니고, 자고나면 뉴스거리가 되어버린 군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보면 대단한 식견이다.

물론 초등학생이 정규직이라고 답한 곳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87%가 속한 중소기업 정규직은 아닐 것이다.

생산직이든 관리직이든 적어도 10대기업 정규직을 자신의 장래희망으로 생각해서 답했으리라 생각한다. 중소기업 정규직과 대기업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따진다면 중소ㆍ영세기업 정규직이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근로조건이 훨씬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40만 명이상의 4년제 대학졸업생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4년 4월 현재 알바 등 시간제로 일하는 청년이 93만 명, 취업준비생이 96만 명, 완전 백수가 72만 명으로 조사 되었다.

취업준비생 가운데 31만 9000명이 공시족(공무원시험준비생)인데 2014년 국가공무원 4160명과 지방공무원 13700명이 채용계획이라고 하니까 공시족 5.6%만이 로또에 당첨될 것이다.

2014년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1839만 명중 비정규직노동자는 822만 명으로 조사 되었지만 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제조업 대부분 1980년대만 해도 종사원전체가 정규직이었지만 이제는 극소수 관리자만 제외하고는 모두 사내하청으로 전환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 10대기업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69.9%(1위: 대우조선해양)~54.6%(10위: 삼성물산)로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고 있다.

노동을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악용한 10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14년 정부예산(357조)보다 많은 516조라니 기막힐 노릇이다. 이 돈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인건비착취와 고혈을 짜낸 원가절감이고 고용의 질을 나쁘게 한 자본주의의 전횡이다. 1위는 삼성(182조 4000억), 5위는 포스코(44조)가 차지했다. (인용: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발표자료 7월 16일).

2007년 7월 1일 300인 이상부터 2009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비정규직보호법이 확대시행 되었다. 법의 핵심은 비정규직 근로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동일업무 동일처우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동일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말고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는 사업수완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

그 뿐인가 2013년 3월 기준 208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자 기재부와 노동부가 개선을 권고했지만 1년 후 지난 4월 조사결과에서 오히려 23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니 그야말로 자본이 춤추는 세상이다. 대기업현장에서 시체가 실려 나와도 대기업은 산업재해 제로다. 정규직대신 비정규직이 죽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산업재해보험 요율 특례제도로 지난해 20대기업이 챙겨간 돈이 3460억이다. 삼성이 867억, 현대 858억 등이다. 대통령의 화두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만들어 놓은 법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현장 검증과 법집행이 이루어져야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에서 40만 명이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청년실업자는 300만 명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청년실업의 해결방안도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해소와 처우개선에서 출발해야 될 것이다. 완성차 업계 중 쌍용과 GM이 통상임금을 타결했다. GM정규직 노동자는 1인당 평균 570만원을 더 받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 강도가 높고 환경이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570만원의 격차가 또 벌어지게 됐다.

땀 흘려 낸 성과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몫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상생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미래가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서유럽국가에 비해 사회복지제도가 취약한 대한민국의 경우 대기업 비정규직의 차별시정과 함께 87%의 임금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재편되어 가계소득이 개선되면 사회양극화는 극복될 것이다.

경제난 등으로 하루 40명 이상이 자살을 하고 초등학생이 장래 희망을 정규직이라고 대답한 부끄러운 해방의 길은 공동체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