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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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14.10.06 13:24
  • 호수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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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 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유명한 강사이기도 한 최진기님이 쓰신 책‘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 처럼’을 보면‘청춘은 우연을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라는 부분이 있다.

<모나리자>에 이어 전 세계에서 얼굴이 가장 많이 복제된 주인공은 실천하는 지성, 영원한 자유와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20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불렀던 혁명가 체 게바라.

혁명이란 말이 수식어가 되어버린 지금도 체 게바라의 강렬한 눈빛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완벽한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아니, 오히려 나는 왜 이리 한심한가 하는 마음에 한숨을 쉬면서 이 책을 집어 들었을지도 모른다. 삶은 언제나 완벽할 순 없다지만 높은 연봉의 직장, 명문대 졸업장, 잘생긴 외모 앞에 우리는 청춘은 왜 완전하고 싶은 꿈도 없이 빛바래져 가는가.

꿈을 이루되 성공하라고 외치는 사회 앞에서 선뜻 꿈을 잡지 못하는 청춘은 기가 죽는다. 완벽한 인간이었다는 체 게바라는 청춘 시절 무슨 꿈을 꿨을까? 어쩌면 의학도였던 그는 멋진 의사가 되는 게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사람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말년에 세계여행이나 다니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걸 바랐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외로 배우가 되어서 유명세를 누리는 백일몽을 꾸었을 수도 있다. 어떤 미래를 상상했든 그 꿈은 혁명가처럼 거창하지 않았을 것이다. 혁명가를 꿈꾸었다고 해도 서른아홉 살에 볼리비아의 어느 산골에서 총에 맞아 요절하는 말로는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20대에 해야 할 것들, 30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다양한 매체 여기저기서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래가 어디 우리가 계획한 대로만 움직이던가?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안되면 세우고, 안되면 세우고 하는 것이 계획 아니겠는가 또한 학창시절 누군가를 가르치며, 도우며 살아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꿈들을 하나둘씩 이루고 있다. 그때는 보지 못하던 길들이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 아마도 이 세상은 우연이라는 아주 작은 끈이 우리를 마음대로 잡아끄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우연의 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는 그 끈이‘익숙하지 않은 것’과의 만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치 자로 잰 듯 똑같이 짜인 인생을 향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인생만을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삶을 바꿔줄 우연의 끈이 나타날 수 있을까? 설령 나타난다고 해도 과연 익숙한 삶에 길들여진 우리가 낯선 우연을 붙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체 게바라에게는‘포데로사’를 타고 알베르토 그라나다와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포데로사는 체가 가장 아끼는 오토바이에 붙여준 명칭으로 강력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힘차게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를 떠돌면서 이제껏 그들이 알지 못했던 삶을 만났다. 자신과는 다른, 깨지고 다친 삶, 자유로운 영훈, 들꽃 같은 강렬한 생을 마주한 것이다.

체의 여행은 혁명을 위한 것도,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그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스물세 살의 청년에게는 어쩌면 피하고 싶은, 외면하고 싶은‘익숙하지 않은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우연의 끈이 자신에게 왔을 때 낯선 삶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들의 삶을 정면으로 끌어안는 것을 선택했다.‘매 순간 숨쉬기 위해 싸워야하는’ 혁명가라는 고단한 삶을 선택했지만, 전쟁 중에도 시집을 읽고, 편지를 즐겨 쓰며,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를 다져나갔다.

내일의 자유를 내쉬기 위해 오늘의 인간으로 숨 쉬던 사람이었다. 그 결과 체 게바라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정치인을 넘어 전 세계의 영원한 혁명가로 거듭났다.

 붉은 책 속에서 체는 나에게 말했다.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대가 살아 있는 한 여행은 계속될 거라고…. 한껏 자유롭게 숨 쉬고 싶다면 함께 체 게바라로 난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은 없는가. 파워풀한 동력의 포데로사를 타고. 체가 나에게 그랬듯, 이 책이 다른 이들에게 우연의 끈이 되어주길 바라며.
체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춘은 여행이다. 시인 랭보의 <나의 방랑>이란 시에서 처럼,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 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가도 좋은 것이다. 여행은 그렇게 마음속에 품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피곤에 지친 몸,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고 쓰러져 쉬고 싶겠지만 우리의 의지는 그걸 용납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새로운 삶을 향한 갈망이 청춘의 전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