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에서 노동교육이 전무한 나라
산업사회에서 노동교육이 전무한 나라
  • 광양뉴스
  • 승인 2014.10.13 09:58
  • 호수 5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영 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80% 이상이 노동자 신분이다. 대법판례에서는 임금을 받는 사장님도 노동자로 본다. 헌법 제33조 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다시 말해 노조 유무와 관계없이 헌법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헌법 제3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현대산업사회로 진입한지 100여(17세기 후반 농촌사회 분해시작 됨)년이 지났고 학교를 비롯해 수많은 교육기관이 있지만 대학에서 노동관련 학과를 선택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도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련 기본교육의 기회를 접하지 못한 채 곧바로 취업하게 된다.

유럽의 경우는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각종 노동관련 법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가르쳐 온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60년(1953년)전 노동쟁의 법,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 노동위원회법이 제정되어 노동관계법의 입법화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하지만 약 300만 명의 노동자는 60여년이 지난 오늘도 노동의 최저기준인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 뿐인가. 이승만 정권은 5월 1일 세계노동절행사를 공산주의 선전도구로 이용된다는 이유를 들어 날짜를 3월 10일로 변경하고,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이란 표현대신 일본근로대의 냄새가나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법률을 만들어 노동이라는 단어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통제했다. 이후 1994년 정부는 3월 10일에서 5월 1일로 노동절의 날을 개정하였지만 아직도 근로자의 날이란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역시 매년 11월 23일을 근로감사의 날로 제정하여 세계노동절을 대신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전남도내 실업계고등학교와 직업훈련기관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에 대하여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로 얽힌 노동관련 법, 시행령, 지침, 뉴스가 하루도 빠짐없이 각종 매체에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직접 관련된 내용임에도 먹고 사는데 정신없어 강 건너 불  구경하는 꼴이다.

4대보험이 1인 이상 사업장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되고, 단 한명만 고용했어도 1년이 지나면 퇴직금을 지급해주어야 한다. 또한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일을 하다 다치면 산업재해혜택을 볼 수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격은 6개월이 아니고 일수로 180일을 채워야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근로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해야 하고 해고통보 역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고생 32%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상당수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위반사례로 장시간근로, 최저임금위반, 체불임금 순이었다. 문제는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교육의 부재로 해결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참거나 일을 그만두는 방식의 대응뿐이라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노동의식조사 결과 일하지 않고 돈을 벌수 있으면 좋겠다는 응답자가 48%에 달했고, 일하는 것을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하는 응답도 28%에 달해 노동이 괴롭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정적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노동교육은 산업사회 민주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 되어야한다.

독일의 경우 중등과정 사회과목에서 노동은“인간의 자기실현 행위”로 장래 자립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프랑스는 시민교육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인간존엄성의 문제이며 도구가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다루어져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역시 정규교육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책임, 노동인권,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등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우리도 현재의 노동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노동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동법은 유용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