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병(注夏病)
주하병(注夏病)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8.08 18:27
  • 호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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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며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양극생음(陽極生陰)’이라 하여 양의 기운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음의 기운이 생겨난다고 봅니다. 이 말대로라면, 가장 심한 더위가 왔으니 서늘한 기운을 보듬는 가을도 멀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한 더위지만 올바른 양생을 통하여 당분간의 더위를 슬기롭게 견뎌내야 할 것입니다.

 이 시기에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일사병’이 잘 나타나게 됩니다. 뙤약볕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운동하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며, 속이 메슥거리고. 열이 나기도 하며, 심하면 쓰러지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더위를 피하고자 가는 피서 중에 오히려 더위를 먹어 일사병이 걸리기도 합니다. 반드시 쓰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갑자기 어질해지거나 하는 위와 같은 제반증상이 나타나면 일사병으로 준해서 보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우선 서늘한 곳으로 가 눕히고, 얼음이나 찬물 등으로 머리 얼굴 가슴 부위를 마사지 하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해 체온을 떨어뜨려 주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의 경우 이정도의 처치로도 회복이 되나, 땀을 심하게 흘려 탈수증이 있다면 소금을 탄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게 하고 인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수액을 맞게 해야 합니다.

 일사병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채소가 오이입니다. 오이는 그 성질이 차면서 약간의 쓴맛을 가지고 있어 체내에 있는 열독(熱毒)을 내리고, 심장의 열기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때문에 더위 먹은 사람은 오이를 하루에 2개 정도 1주일간 복용하면 일사병으로 인한 후유증이 없어지게 됩니다. 녹두는 강한 이뇨 작용과 체내의 열을 없애는 작용이 있으므로 여름에 더위를 먹었거나 입맛이 없을 때 효과적입니다. 수박도 열을 식히는 작용이 있어 더위를 잊게 하는 좋은 음식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하는, 요즘 의미의 일사병에 해당하는 병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며 밥맛이 없어지고 식은땀이 나면서 입은 마르고 몸에서 열이 나면서 나른해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이 병은 원기부족(元氣不足)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원기는 우리 몸의 기초에너지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원기가 부족하면 여름철의 더운 기운을 이를 이기지 못하고, 고표지한(固表止汗 - 땀의 배출을 조절하여 체온을 유지하는 작용)이 되지 않아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체온 조절도 되지 않아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잃게 됩니다. 주로 소화기 기능이 약하고 체질이 허약한 사람들이 원기가 부족하기 쉬어 이 병에 잘 노출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몸의 기운을 보충하면서 체내의 더운 기운을 잠재워주는 약을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효능을 가진 간단히 쓸 수 있는 한약으로 ‘생맥산(生脈散)’을 들 수 있으며, 맥문동, 인삼, 오미자가 주성분입니다. 이 약재들을 각각 2 : 1 : 1 의 비율로 섞어 차 끓이듯 달여 마시면 됩니다. 맥문동은 늘어진 심장에 활력을 주고 땀으로 소모된 몸 안의 진액(수분)을 보충해주는 효능이 있으며, 인삼은 기운을 보충하는 작용을 하고, 오미자는 몸 안의 수분이 필요 이상으로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한약을 복용하게 되면 더운 여름에도 땀이 지나치게 흐르는 것을 막아 기운이 소모되지 않도록 하고 소모된 진액을 보충시켜주는 작용을 합니다.
 
특히 생맥산은 심장의 수축력을 강화시켜주고 면역능력을 높여주며 체력을 좋게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이 있다고 임상보고 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보중익기탕’이나 ‘청서익기탕’ 등도 주하병을 이기는 약으로 즐겨 사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