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사회를 위하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사회를 위하여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8.23 10:08
  • 호수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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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성적표를 과목별로 수우미양가(秀優美養可)로 표기한 적이 있었다.
 
미(美)나 양(良)을 주로 받으면 중간이하고 가(可)를 많이 받으면 열등생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혹자는 ‘양’이나 ‘가’를 받은 경우도 이렇게 자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양‘(良)은 “양호하다”는 뜻이 담겨 있고, 심지어 “가”(可)는 “가능성 있다”는 뜻이 담겨 있으니 썩 나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초등학교 시절 성적이 다소 부진했던 것을 애써 합리화하려는 억지(?)가 스며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유머스러운 애교로 들린다.  

광양의 문화 환경과 문화경쟁력에 대해 말하고 싶어 조금 에둘러 왔다. 광양의 문화 수준과 문화 환경에 대한 지역민들의 만족도를 굳이 ‘수우미양가’로 평가한다면 주로 어떤 등급을 받을까? ‘우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화의 속성상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서 관점에 따라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광의적인 개념에서의 문화는 생활양식의 총체이니 문화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협의의 개념에 입각해 교육, 관광, 그리고 문화예술 전반으로 국한해서 광양의 문화 환경과 수준을 가늠해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임의적이고 주관적이라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다만, 이러한 평가의 보다 구체적인 이유와 광양의 문화경쟁력을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지면을 통해 제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것은 약하고 우선 원론적인 수준에서 몇 가지를 주문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무엇보다도 도시경쟁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문화 경쟁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광양시를 비롯해 지역민들이 분명하게 자각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문화 인프라 구축이나 제반 문화시설의 확충은 교육과 더불어 그 사회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 문화의 인프라 구축 여부에 따라 도시의 이미지가 달리 보인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교양과 품격을 가늠해 주는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문화 관련 분야는 비교적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속성을 지닌다.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요구된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문화 환경의 조성은 그 지역의 뿌리와 정신이 배어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지역민들이 그 지역의 유형무형의 자산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요구된다. 다만 이것이 편협한 애향심으로 이어지면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래저래 광양의 지역사회를 들여다 볼 경우가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지나치게 애향심이 충일해서 포용력 부족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 양극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후자가 더 나쁜 경우로 본다. 전자의 경우는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열정을 쏟아 부으며 바람직한 경우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반해 후자는 그 싹마저 보이지 않는다. 냉정한 성찰이 동반되지 않은 자기비하는 발전의 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로 공무원의 전문성과 창의성 그리고 자발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기획력을 발휘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도 그러하다.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성 그리고 열정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문화와 관련된 행정부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광양시에서 학예연구사의 채용을 통한 전문성의 강화 측면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넷째로 광양의 관내 기업들 역시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러 형태의 지원과 후원을 다채롭게 해야 한다. 기업이 지역사회와 호흡을 함께 하면서 지역민을 위한 여러 공연과 행사를 통해 나눔의 정신을 베푸는 경우를 자주 본다. 봉사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 포스코의 경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면서 지역문화의 창달에 공헌하는 바가 큰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 시혜(施惠)적인 문화 행사 위주에서 탈피해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지원방식이 더 바람직스럽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벤트성 반짝 행사는 생명력이 약하다. 일시적이다. 뿌리를 튼튼하게 해서 자생력을 길러 주려는 노력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지원과 후원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문화의식의 제고다. 동별로 일부 구성된 주민자치센터 위원을 비롯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언론 그리고 지역민들이 호흡을 함께 할 때 비로소 지역에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지역 한 시의원의 제안으로 추진하려는 “차 없는 거리”의 기획과 시행 그리고 성공 여부는 광양지역의 문화수준을 가늠해 주는 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시험대의 성격도 지닌다. 인간은 밥만 먹고 못 사는 문화적 존재다.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사회를 위해 각 계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