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증 (Phobia)
공포증 (Phobia)
  • 광양뉴스
  • 승인 2014.11.24 11:06
  • 호수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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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량 진 순천 김량진 정신과 원장
김량진
‘공포증’(Phobia)은 어떤 것에 대한 불합리한 공포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행동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환자분들이 설명하는 증상들을 잘 듣다보면 진단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나 대부분은 증상이 발생한지 꽤 오래되어서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간혹 공포로 인한 불안의 정도가 심해서 병원을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공황발작’이 일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공황장애’와는 다른 증상의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신체부위가 예민해져 있고 이에 대한 불안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된 관심사가 자신의 신체에 있는 반면에, 공포증 환자분들은 공포를 야기하는 대상과 이에 대한 회피행동이 주증상이어서 주된 관심사가 공포의 대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공포증은 초기 증상이 발생하고 정신과 병원에 방문하기까지 보통 수 개월에서 수 년이 지난 후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게 아직 우리나라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병원 방문이 늦어지는 것은  아마도 환자분 스스로 수치심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 정신과에 대한 편견, 공포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 경향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불안장애의 특성 상 병이 오래되면‘정신적 불안’,‘신체적 긴장 반응’,‘회피 행동’이라는 세가지 주된 정신적 병리현상이 고착화되는데, 공포증의 경우에는 증상이 오래되면 특정 상황(또는 대상)에 대한 불안과 회피행동이 서로 악순환이 되면서 만성적으로 지속됩니다.

일반적으로 공포증은 공포의 대상에 따라 고유한 이름이 붙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로서‘고소공포증’,‘밀폐(폐쇄)공포증’등이 잘 알려져 있는 이름들입니다. 이렇게 공포증의 종류가 많다보니 질병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워, 현재까지는 정신의학적으로 공포증을 크게 ‘특정(단순) 공포증’과‘사회 공포증(사회불안장애)’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공포증 중에는‘광장공포증’도 있으나, 정신의학적 분류 상 공황장애와 연관되어 있고 공황장애 치료에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고려되어, 공황장애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특정 공포증’이라는 것은‘사회공포증’,‘광장공포증’을 제외한 공포증들을 모두 통칭해서 일컫는 말입니다. 그리고‘사회공포증’은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질환을 통칭하는 데, 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회피하는 행동이 많아지는 질병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다보면 사람들이 주시하는 상황이나 사람들을 만나야 될 필요성이 있을 때 미리부터 불안해지는 ‘예기 불안’이 심해지고, 이러한‘예기불안’으로 인하여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피하게 되는 행동이 강화되고, 결국에는 ‘예기불안’과‘회피행동’이 서로 악순환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원활한 적응이 어려워지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역학적으로는 공포증은 가장 흔한 정신과적 증상의 하나이고 전체 인구의 5-10 % 정도는 공포증의 증상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전술한 여러 가지 요인 등으로 아직까지는 증상이 발생하고 나서 초기에 정신과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고,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또한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 병원에 오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