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불고기와 횡성한우
광양불고기와 횡성한우
  • 광양뉴스
  • 승인 2015.01.12 14:51
  •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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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북 구<(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식도락(食道樂)과 의식동원(醫食同源). 번민의 시대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드는 단어이다. 우리는 배고픔의 시대를 넘어 맛있는 것, 몸에 좋은 것들에 대해 선택의 고민시대에 살고 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즐거움이지만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면 그것도 괴로운 일이다.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선택받지 못하면 전통의 맥을 잇지 못할뿐더러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한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의 내외적 품질과 이미지 관리 그리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소외되기 쉽다. 음식 또한 관광과 결부되어 산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전통 음식을 시대변화에 맞게 관리 및 육성하지 않으면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10가지 맛을 찾아 선정 및 육성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려는 광양시의 노력은 시의 적절하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광(光), 산(山), 수(水), 해(海)가 풍부한 지리환경이 만들어 낸 광양의 많은 음식 중에서 딱 10가지만 선정한다는 것은 어렵고 이견도 많을 것이나 광양불고기에 대해서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 할 것이다. 그만큼 전통과 맛 그리고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등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양불고기는 식도락가들에게 광양을 찾게 하는 명분제공뿐만 아니라 광주, 서울 등지에 있는 광양불고기집 간판과 식당 메뉴판 등을 통해 광양을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인터넷 네이버 검색창에서‘광양불고기’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41개의 사이트가 나온다. 서울과 광주에도 광양불고기집이 있어 으쓱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횡성한우 130건, 안동한우 99건, 언양불고기 70건에 비하면 초라하고, 5위권도 안 된다.

가장 많이 검색된 횡성한우는 육질이, 광양불고기는 조리방법이 특징이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광양불고기집 식당 간판이 횡성한우, 안동한우 또는 언양불고기집으로 하나 둘 바뀌어 간다면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자랑하는 것도 광양에서만 대표 음식으로 전락될 수 있다. 따라서 광양불고기의 확장성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 광양불고기를 나타내는 3대 키워드는 참숯, 석쇠, 양념이고, 5대 키워드는 좋은 고기, 굽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 양념의 내용과 처리 방법은 다른 곳과 차별화가 된다. 광양의 지리환경과 솜씨가 만들어 낸 양념, 이 양념을 재우지 않고 바로 묻혀 먹는 것이 광양불고기이다. 언양불고기도 양념을 재우지 않고 묻혀 먹지만 원래는 소금간만 해 먹었다.

다른 곳과 확실하게 차별화가 되는 광양불고기만의 특징은 광양식으로 귀결된다. 광양식의 불고기를 강조하면 횡성한우, 안동한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등 확장성이 커진다. 무엇이 광양식인가에 대한 화제성도 커져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이야기가 있는 음식이 되며, 본 고장인 광양의 방문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동인(動因)이 된다.

 광양식은 다른 음식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으며, 시대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방앗잎과 젬피가 반드시 사용되는 광양의 민물매운탕, 국내에서 방앗잎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음식문화, 소금간이 아닌 양념장을 발라먹는 전어도 광양식이라 할 수 있다.

광양을 대표하는 과일로 떠 오른 매실 엑기스를 이용한 음식과 불고기 등은 새로운 광양식이다. 광양식 음식을 생각해 보면 참 많고,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 등 광양식 음식을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키고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

그런데도 이것들이 광양의 정체성, 관광 및 소득과 매끄럽게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과 새로운 전략전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