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ㆍ사회적‘관용’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
윤리적ㆍ사회적‘관용’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
  • 광양뉴스
  • 승인 2015.01.30 22:46
  •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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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강 현 (사)한국해비타트전남동부지회 사무국장
“역사의 발전은 나선형이다.”

18세기 이탈리아 역사학자 비코(Giovanni B. Vico:1668-1744)는 역사는 퇴보와 전진을 반복하며 발전해 나간다는 나선형발전법칙을 주장했다. 역사발전의 개념을 ‘인간의 행복과 평등, 개인의 인권과 자유’에서 찾는다면 진퇴를 거듭하면서도 일정한 진보를 보이는 것이 인간사라는 점에서 오늘을 반추해보는데 유의미하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 사회풍조는 새로운 반동의 시기에 접어든 듯하다.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혁신의 가치가 맞물려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고 이러한 현상은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만평전문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보도》에 대한 테러로 촉발된 서구사회의 혼란은 그것이 단순한 종교적 갈등을 넘어서고 있다는 데서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유로운 비판과 어떠한 권력에도 종속되지 않는 언론의 자유, 그것이 조금은 과하다 하여도 공격당하거나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서구적 가치가 공격받았다는데서 그렇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공격을 빌미로 서구사회의 관용과 포용이라는 전통적 서구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샤를리 에보도》테러 이후 독일 드레스덴의 반이슬람 시위는 서구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폐쇄와 극단적 이기주의를 말해준다. 서구사회를 이슬람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명분을 빌미로 그동안 다양성과 문화적 포용성위에 기반을 두었던 서구적 가치가 그 근저에서부터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은 이러한 서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례라 할 것이다. 다행히 서구적 가치가 형성되어온 지난한 역사적 경험은 이러한 반동에 대해 만만하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데서 잠시나마 안도하게 된다.

PEGIDA의 시위에 맞서 더 많은 서구인들은 같은 날 독일 라이프치히르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약 10만명의 시민이 반PEGIDA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서구의 진정한 가치는 반이슬람, 반유대가 아닌 관용과 포용이라고 믿는다.

프랑스에서 만평주간지에 대한 테러로 촉발된 오늘의 사태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서구사회가 겪는 극단적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속에서 ‘관용’이라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1698년 발표한 <종교적 관용에 관한 서한>에서‘사람의 소질을 본성에 따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관용’이란 진정한 기독교의 가장 특징적인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종교적 관용이란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형식이 다른 사람의 신앙 또는 신념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것이다. 서구사회에서 종교적 관용은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서구사회의 발전에서 종교는 단순한 신앙을 넘어서서 국가 또는 민족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적 관용은 한나라 또는 민족을 흥하게 하기도 하고 망하게 하기도 했다.

EBS교육방송 PD 이주희가 쓴 《강자의 조건》에는 사회적, 종교적 관용의 결과를 역사적 사실로써 보여준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나라들 중 초강대국으로 로마,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을 예로 들고 이 나라들이 당시대를 어떻게 주름잡았는가에 대한 탐색을 통해 2가지 답을 보여준다.

그답은‘관용’과‘개방성’이다.

새로운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문화적, 사회적 포용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를 다문화 사회라고 말한다. 인적 구성에 있어서는 다양한 민족과 성장배경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데서 그렇다.

그러나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가치와 태도, 자유로운 생각과 인권,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는가라는 점에서 의문이 든다.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불용은 배타성을 잉태하게 한다. ‘나만 옳다’는 식의 아집과 편협함은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케 하고 역사적 진보의 물결에서 도태되게 만든다.

이미 우리는‘소중화’의 미망에 빠져 스스로 문을 걸어 닫고 다른 세계의 모든 것을 야만과 오랑캐로 도외시하다 이민족의 침략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이 있다. 최근 들어 극단적 우경화가 빚어내는 사회현상은 그래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관심을 가져야한다. 작은 가치들이 하나 둘 부정당하고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사고가 팽배해지면 우리사회도 서구처럼 폭력적 집단주의가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교적 관용을 넘어, 윤리적 관용과 사회적 관용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