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온다
봄날은 온다
  • 광양뉴스
  • 승인 2015.02.13 22:19
  • 호수 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지 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이번 겨울, 지난 해에 이어 네팔에서 학생들과 함께 빈곤아동을 대상으로 급식과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해외봉사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과 더불어, 여행과 봉사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좋은 교육방법이다. 우연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과 필연, 같은 시공간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들에서 내가 사는 세상 한가운데 불안하게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한번도 예술을 부러워 한적도 없다던 위대한 히말라야의 자연과 처음 도착했을 때 겨울이었던 네팔이 떠날 때 보니 봄이 되어있다던 한 여학생의 말을 이정표 삼아 삶의 방향과 나의 길을 찾는 여행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 이 곳 아이들을 만나던 날 주머니에 있던 먹다 남은 사탕 두 개를 꺼내 나누어 주었다. 가만히 쳐다보던 아이는 조심스럽게 내손위에 놓인 사탕 하나를 집으며 수줍게 웃었다.

나는 내 여유를 자랑하고 싶었는지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었는지 순수한 모습을 귀여워 하며 남은 한개도 마저 먹으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기둥 뒤에 숨어 우리를 지켜보던 저보다 더 어린 꼬마 아이를 가리켰다.

그로부터 뿌연 먼지연기 속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 강가에 길게 늘어선 곧 쓰러질 듯 한 허름한 집들, 새까맣게 그을린 발바닥의 아이들, 아무렇게나 흩어진 쓰레기더미 사이로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초록의 잎들과 꽃이 만발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안에 머물러 있던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배고픈 아이가 남은 사탕하나를 다른 배고픈 아이에게 양보하는 순간부터 나의 겨울은 끝이 났다.

현지에 있는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세워진 대안학교에서 되고 싶은 것을 그려보는 미술수업을 진행했었다. 한참을 그리고 색칠하기를 반복하고 아이들마다 돌아가며 발표를 하기로 했다. 그 중 한 아이는 토끼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어디든 마음껏 가고 싶어서란다. 어떤 아이는 자기네 집 강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기처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나는 하나를 주면 둘을 주라고 외쳤고 , 작은 것을 주면 큰 것을 달라고 외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 하는 법을 알며, 큰 것을 달라고 욕심 부리지도 않는다 .

행복은 하늘이 파랗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이나 단순한 것임을, 행복은 진주알 꿰듯 하나하나 엮어나간다는 것을 , 세상엔 감사할 일들로 넘쳐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네팔에 가기 전 우리 학생들에게 당부했던 이야기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길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순간부터 그는 불쌍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곳 아이들이 가진 행복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듯 그저 내가 가진 빵 한 조각을 나누어 먹는 것, 그 뿐이다.

할리우드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캄보디아에서 툼 레이더를 촬영 할 당시 굶주림에 상처받은 아이들을 만나며 ‘불쌍해서 돕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나마스테’네팔의 인사말이다.‘당신안에 있는 깃든 성스러운 신에게 경배합니다’ 라는 뜻이다.

인사말 한마디만으로도 겸손과 배려가 가득한 이 나라의 경의를 표하며,‘지금부터, 여기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작은 것부터, 나부터 우리 모두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자’는 네팔 다일공동체의 최홍 원장님의 말씀을 입춘을 즈음하여 본지의 독자들에게 전한다.
 
당신의 봄날은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