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민과 21세기 비정규직
조선시대 천민과 21세기 비정규직
  • 광양뉴스
  • 승인 2015.03.06 21:39
  • 호수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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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김 영 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조선시대에는 신분이 대물림 되는 사회였다. 부모가 천민이면 제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식의 신분은 천민을 벗어날 수 없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가 조선시대를 닮아가고 있다. 현대판노예라 불릴 수 있는 비정규직이 부모에서 자식으로 세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비정규직인 부모의 자녀가 정규직이 되는 비율이 22%, 비정규직이 되는 비율이 78%로 나타났다. 정규직부모의 자녀 또한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율이 69%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는 또 있다. 저소득층이 빈곤을 탈출할 확률이 매년 줄어들어 8년 사이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OECD국가 중 임금불평등지수 또한 최고인 나라라는 것이다.

2013년 상위 1%가 우리나라 전체부동산의 16%를 보유하고 있는데 시가로 505조이며, 하위 10%는 1인당 525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상위 1%의 소득이 3억 9,000만원 증가할 때 하위20%는 5만원이 늘었다고 한다. 100년 전에 끝난 천민시대가 21세기 판 신노예제도로 부활되어 상위 1%를 위해 99%가 노예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저 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의 자녀를 1%의 노예로 만들지 않기 위한 젊은이들의 몸부림일수도 있다. 땀 흘린 99%는 죽도록 일만하고 빗 더미에 허덕이지만 과실은 1%가 독차지하고 권력자들은 상위 1%의 기생충이 되어 온갖 단물을 먹으며 특혜를 주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고만 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임금이 5년간 최고 수준으로 30만 명의 노동자가 1조 4천억 원을 못 받았다고 한다.

반면, 국내 1500대 상장기업의 등기임원 평균보수가 일반회사원 평균급여의 7배에서 70배(에스케이이노베이션 70.4, 오리온 68.7배 등)이상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10기업의 등기임원 월평균 보수는 2억~5억 4천만 원, 오리온의 경우 직원 평균연봉이 3478만원인데 비해 6명의 임원 보수총액이 129억 4800만원으로 372(1인당 21억 5800만원)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군만이 비정규직이라서 노예가 아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불평등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국책연구원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중소기업(300인 미만사업체기준)직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300인 이상 사업체기준)직원의 56.7%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1년 57.5%보다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또한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비정규직은 66.1%, 중소기업 정규직은 59.4,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0.7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대기업 직원들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가입률이 95.6%인데 반해 중소기업 직원들은 국민연금 가입률이 64.1%에 그치는 등 10명중 3~4명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여성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용절감차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근로조건은 정규직 때의 50%를 밑돌고 있다. 1년 근무를 하면 퇴직금이 발생하므로 대부분 단기(3~6개월)계약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1999년 통계기준이 바뀐 이래 최악이라고 한다.

최악의 청년실업에 대해 청년들이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산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눈높이를 낮추면 다 해결된다는 논리다. 솔직히 3D산업의 중소기업은 일할사람이 없는 것이 사실이며 그 틈새를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노동자 절반의 임금을 받고 메우고 있다.

악덕기업주만 아니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무리 낮은 임금이라도 몇 년 만 일해서 돈을 모아 고국에 돌아가면 그런대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얼마 전‘월스트리트 저널’은 고등학교 중퇴 후 곧바로 광부 일을 시작한 호주청년이 7년 만에 한해 우리 돈 1억 7000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호주에서 광부는 3D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직종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만큼 보상을 해준 것이다.

1996년 독일뮌헨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파업이 일어났는데 독일노동자들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자신들과 동등하게 올려달라는 것이 파업의 목적 이었다. 얼핏 보아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휴머니즘 같지만 그게 아니었다. 외국인을 반값에 사용하면서부터 자신들이 빼앗긴 일자리를 찾기 위한 파업 이었다. 이후 독일에서 외국인이 직장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취업에 성공하면 내국인과 똑같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받고 있다.

경제원론에 따르면 모든 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21세기 100년 전 천민자본주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득불균형을 없애고 비정규직에게도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가치를 실현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