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매화문화가 드러나지 않는 축제의 함정
<현장에서>매화문화가 드러나지 않는 축제의 함정
  • 광양뉴스
  • 승인 2015.03.20 21:08
  • 호수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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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독자위원ㆍ광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백성호(독자위원ㆍ광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제18회 광양매화문화축제가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막을 내렸다. 관광객의 절대 수만을 따지면 성공한 축제라 할만하다. 여전히 숙제로 남은 주말기간의 주차문제나 관광객이 곳곳에 투기를 일삼는 쓰레기문제 등을 해결했다면 광양시의 이미지제고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매년 반복적인 시시비비 말고도 올해의 축제는 씁쓸한 뒷맛이 여전하다. 축제개막일에 맞춰 개장한 광양매화문화관은 총 사업비 54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청매실농원과 홍쌍리 여사의 노고로 광양의 브랜드를 이정도 가져온 만큼 그곳에 문화관을 조성하는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그러나 기왕 거금을 들여 만드는 건축물인 만큼 지역민 또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건물자체가 매화마을을 상징하거나 섬진강을 형상화하는 설계를 할 수는 없었을까.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을 구상한 관련 부서의 설계 치곤 너무나 느슨하다.

적어도 주변지역 공연장만이라도 매화마을과 어울릴만한 테마가 있었어야 했다. 문화관이라고 명명돼있지만 엄격히 따지면 홍보관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홍 여사를 위한 전용 기념관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1층 전시실은 제법 상을 받은 지역유지의 집 거실 장식장을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홍 여사 수상관련 상장 상패로 진열돼 있고, 다른 한편은 매실관련 동일상품을 수겹으로 쌓아놓아 공간활용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했음을 한눈에도 눈치 챌 수 있었다.

2층 청매실농원 역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테마지만 이 역시 홍 여사 개인 홍보의 성격이 짙다. 광양의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한 명인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은 시민의 동기부여를 위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우상화로 치장하고 문화관으로 이름붙이면 어딘가 모르게 석연찮다.

광양매화문화관 말고도 청매실농원과 그 주변에 국민의 혈세가 지난 십 수 년 동안 수백억원이 투입 또는 지원됐다. 지원금이 홍 여사의 기여도에 비해 여전히 별거 아니라고 여길지라도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에서는 형평성에서 엄청난 혜택이고 일방적인 선심성지원으로 인식돼 적잖은 반감을 산다.

그런데도 행정은 더 주지 못해  안달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하는 즐거운 꽃구경을 유도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신금공단이나 하동 전도 주변에 주차장을 조성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발상쯤은 충분히 검토해볼만한데도 말이다.

버스 안에서 광양시의 홍보영상을 감상하면서 달콤한 매실초콜릿 하나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면, 그 맛을 청매실농원이 제공한다면, 비록 그 비용이 상당하다한들 지금껏 지원받은 것에, 축제를 통해 얻는 이익에 견줄 수나 있을까.

축제행사 주변이 지역 생산농산품 일부를 팔거나 외식업체가 난립해서 호객행위를 하는 몸부림 말고 기억에 남는 테마가 없다.

전국에 다 피는 매화, 매년 찾고 싶은 광양만의 테마가 있는 매화를 관광객은 원한다. 많은 시민들은 청매실농원의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준비된 상품판매로 특수를 누리는 기회로만 삼는다면 명인의 가치가 의심스러울 것이다.

쌀이라도 몇 십가마 내 놓고 떡이나 밥을 지어 청매실농원에서 생산한 것들을 한 점씩 맛보도록 하는 이벤트를 설사 축제기간 내내 한다해도 그다지 부담스런 비용은 아니다. 그동안 받은 것에 비하면 말이다.

매실조청으로 떡 한 조각을 맛보고 밥 한술로 매실장아찌 한 점을 맛보는 경험만으로도 관광객은 광양매화를 더 기억할지 모른다. 매실사탕이나 젤리 하나 나눠먹는 걸로 힘들게 달려온 여행의 노곤함이 순식간에 녹아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축제가 진행되고 그 축제를 통해 청매실농원이 얻는 이익의 일부가 국민에게 되돌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이 갖는 억지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