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혼자서 문화체험? 현실성 떨어지는‘문화체험 방학일’
아이 혼자서 문화체험? 현실성 떨어지는‘문화체험 방학일’
  • 광양뉴스
  • 승인 2015.04.06 10:29
  • 호수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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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둔 맞벌이 가정‘난색’…아이 맡길 곳 찾아‘전전긍긍’
이혜선 시민기자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문화체험 방학일’이 오히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등 평일에 아이를 돌볼 수 없는 학부모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관내 초등학교 중 17개 학교가 문화체험방학일이라는 명목으로 휴교했다.

학교장의 권한으로 휴교를 할 수 있는 재량휴업일은 이미 시행되어 왔으나 문화체험 방학일이라는 이름으로는 올해 처음 시행했다. 문화체험 방학일이란 학생들이 여행, 관람, 레포츠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으로 재량휴업일의 이름만 바뀐 형태이다.

문화체험 방학일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는 매 학기 3일 씩 방학이 있는 달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서 지정한 날을 휴교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학교 정책에 맞벌이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등 평일에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는 학부모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마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진영(46) 씨는 지난주에 학교로부터 적절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지도해달라는 문화체험 방학일에 대한 문자 안내를 받았다. 문화체험 방학일에는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도 함께 받았다.

김 씨는“평일에 아이 맡기기가 제일 힘든데 돌봄교실도 운영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둬야하는 상황이라 막막했다”며“매달 문화체험방학일이 시행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그는“재량휴업일로 명절도 하루씩 더 쉬고 징검다리 휴일도 연휴로 쉬는 경우도 있어 골치가 아팠는데 이제 문화체험방학일도 이런 고민을 해야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문화체험 방학일을 왜 시행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학부모 박희진(37) 씨는“부모가 같이 있어야 문화체험을 할 것 아니냐”며 “일하는 학부모 배려가 없는 이런 휴교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측이 이런 교육정책을 시행한다면 최소한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부모들의 입장을 고려해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알림장 하나 보내놓고 쉬라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또“문화체험을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텐데 학교를 쉬고 가정에다 맡기는 것이 무조건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학년,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들은 걱정이 더 크다. 고학년들은 집에 혼자 둘 수 있지만 어린학생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체험 방학일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학교 관계자는“지난해 12월 학교 계획을 수립하면서 학교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과반수가 찬성해 시행되는 것”이라며“190일 이상 수업일수를 채우고 나머지 날짜들을 조정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봄, 가을에 가족들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클 것”이라고 답했다.

B학교 관계자도“문화체험 방학일에 대한 안내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다만 학부모들이 불만 사항을 제기할 경우 학교를 개방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개방해 돌봄교실과 도서관, 체육관 등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극히 드물었다.

학교를 개방한 C학교 측은“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를 개방했다”며“매월 실시하는 문화체험 방학일에도 돌봄교실과 도서관을 개방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부에서 각 학교로 전달된 ‘학사운영 다양화 내실화 방안’에 따라 관내 학교장들이 모여 결정한 사안”이라며“단기방학 및 재량휴업일을 통해 학교 수업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 대비해야할 문제”라며“돌봄 공백이 생기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혜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