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문제 해마다 반복, 제대로 개선 된 것 있나”
“똑같은 문제 해마다 반복, 제대로 개선 된 것 있나”
  • 이성훈
  • 승인 2015.04.24 21:00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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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축제 결산 … 광양경찰서, 날카롭고 뼈아픈 지적



 광양경찰서(서장 정재윤)가 제18회 매화축제 결산을 통해 그동안 진행해 왔던 매화축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들은 축제장에서 교통지도, 질서 유지, 치안을 맡는 등 직접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어느 기관 보다 매화축제의 문제점을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알 수 있다.

 광양경찰서가 이번에 지적한 매화축제의 문제점은 크게 △축제 주최기관인 광양시가 축제 현장의 불법과 탈법 현장 묵인 △해마다 똑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매화축제 진행에 큰 축을 담당하는 경찰의 예리한 지적에 광양시가 앞으로 매화축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시청 상황실에서는 제18회 광양매화축제 결산보고회가 열렸다. 보고회는 김휘석 축제위원장을 비롯해 축제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결산보고 자료에는 축제결과에 대한 의견수렴을 게재했는데 공무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와 다압주민 의견, 축제 담당 부서들의 의견과 광양경찰서 의견을 게재했다.

 대부분 이번 매화축제에 대한 의견은 비슷했다. 어느해보다 차량 통제가 비교적 잘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개선점에 대해서도 대동소이했다. 화장실 부족, 쓰레기 방치, 각설이 소음, 비위생적인 식당 등의 문제점을 꼽았다.

 특히 광양경찰서는 의견을 통해 각 부문별로 상세하게 매화축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시는 그동안 쏟아져 나왔던 문제점을 제대로 개선했는지 꼬집었다. 광양경찰서 측은“전년도 평가회의 시 제기된 문제가 반영 조치 없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면서“해당부서 과장ㆍ팀장ㆍ직원이 매년 교체되면서 축제 경험도 부족하고 과거 축제를 답습하는 양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주민과 소통 부재도 지적했다. 매화축제를 발전시킨 다압청년회의 과거 공적들을 인정하지 않고 행사참여를 배제해 청년회의 반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경찰은“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가 부족하고 주민들은 시에서 주민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비난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 주민들이 축제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그 예로 이번 축제에서 다압청년회가 시와 협의없이 임대료를 받고 둔치주차장에 야시장을 유치한 점을 들었다.

 경찰은 야시장 개설 방치와 비위생 식품 영업 묵인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매화마을 주변에 들어선 야시장에 벚굴을 장기간 진열해 식중독 사고 발생 우려 및 이와 관련한 부정적 언론보도가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시가 식품위생업 신고 없이 음식을 조리ㆍ판매하는 행위도 묵인했다고 밝혔다.경찰은 주민들이 가정에서 매실 절임 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허가없이 진열해 판매하는 것도 문제다고 비판했다. 불량식품 단속 대상임에도 시가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밖에 언론 등 여러 평가에서 △많은 예산과 공무원을 투입해 축제를 개최하지만 경제 이익 부실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는 구례ㆍ하동에 빼앗기는 점 △숙박 시설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짚었다.

매화 축제, 정말 개선 의지 있나

 축제위는 이번 매화축제 결산 보고를 시에 제출해 내년 축제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는 내년 매화 축제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약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십수년간 축제를 진행하면서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각설이 타령, 불법음식점에 대해 개선 대책을 단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다. 단속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불법음식점의 경우 농지법, 건축법, 식품위생법, 도로 무단점용 등 단속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면 주민들이 업주들에게 사유지를 빌려주더라도 사실상 불법음식점은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이럴 경우 축제장에서 업주들과 마찰은 불가피하다.

 음식점 업주들과 몸싸움은 물론이고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또한 한참 즐겨야 하는 축제 장소에서 공무원과 업주들의 몸싸움이 발생하면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는 그동안 매화축제가 끝나면 단속 근거를 제시하며 다음 축제부터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거의 없었다.

 각종 부작용이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각설이 타령 역시 소음법과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단속을 하면 되지만 이런 부담으로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 되면서 매화를 보면서 조용히 힐링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해야 할 관광객들은 온갖 술판과 시끄러운 각설이 타령 속에 축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축제 질서를 담당하는 경찰에서 이처럼 광양시에 축제 문제를 정면 비판하는 것도 이런 대목이다. 결산 보고회에서 말만 거창하게 내세울 뿐 정작 매화축제가 열리면‘말짱 도루묵’이라는 비판이다. 이번 광양경찰서의 의견서를 살펴보면 결산 평가를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드러나 있다. 광양시의 개선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고치겠다고 하지만…

이번 결산보고를 통해 광양시는 각설이 타령과 불법 음식점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사회를 맡은 문화관광과 김정호 관광진흥팀장은“불법음식점, 각설이 타령은 지금까지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다”며“이제부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단속해 시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토지소유자들의 외지인 임대 설득에 대해서는 사실상 포기했다. 해마다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제는 설득 대신, 불법 음식점이 들어오면 단속 근거를 들이대며 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지소유자들에게는 불법행위를 할 경우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관계법에 따라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부서와 유관기관 합동으로 불법행위 전담 단속반을 구성, 축제 개최 20일 전부터 축제장에 상주해 불법행위 시작 단계부터 현장계도, 강제철거 등 원상회복도 명령할 방침이다. 불응할 경우 과태료, 고소ㆍ고발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의 이런 의지가 내년에 실행될지 미지수다. 그동안 미적거리던 개혁을 하루아침에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선뜻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현복 시장은 당선 후 지역의 각종 축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내년에 열리는 19회 매화축제에 각설이 타령과 불법 음식점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매화축제가 열릴지 두고 볼 일이다.